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그리고 삶의 의미
"인간은 여러 사건들 안에서 요구되는 여러 선택들, 그러한 선택들에 따르는 다양한 행위들의 번복 속에서 자신의 성격을 형성해나간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서 ‘선생’은 인생에 있어서 변곡점이 될 만한 여러 사건들을 겪는다.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며 상실감과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회복되기도 전에, 그간 믿어왔던 숙부의 배신으로 인간에 대한 불신마저 갖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절친한 친구를 견제한 사랑의 전략으로 인해 친구가 자살을 하자, ‘선생’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불신하게 된다. 이렇게 ‘선생’이 어려운 사건들을 경험하는 와중에 선택했던 폐쇄적인 태도들은 점차 고립된 성격을 형성하는데 일조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고립된 성격은 ‘선생’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폐쇄적인 태도들을 취하게 만든다. 끝내 ‘선생’은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 흔히 우리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때, 우리는 여러 복잡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인생의 가치관, 외부 환경, 나의 심적 상태, 나의 성품 등, 여러 조건들 속에서 나에게 있어서 최선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가며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분명 여러 조건들을 완전히 파악한 채, 선택해나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막연하게나마 내 삶에 있어서 궁극적인 행복이 무엇일지를 곰곰이 숙고하는 가운데 여러 선택지들 가운데 최선을 선택하는 것일 것이다.
@ 때로는 당장 눈앞에 결정을 바라는 여러 선택지들 앞에서 도피하고 싶은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현재 내가 결정하기에 벅찬 선택지들 앞에서, 최고의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내 삶이 무너질 것만 같다는 생각 때문에 선택하기 어려운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았을 때, 우리는 매번 최고의 선택을 하며 살아왔던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해왔던 크고 작은 선택들 앞에서 우리는 때론 기뻐하기도 했지만, 때론 슬퍼하며 좌절하기도 했다. 이러한 선택의 수고로움을돌이켜 보건데, 이 안에는 우리 삶을 더 좋게 만들어가려는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목적으로 하여금, 우리의 모든 선택들은 삶을 이루어나가는 작은 발걸음들일 것이다. 매 순간마다 디뎌야 하는 작은 발걸음들이 때로는 버거울지라도, 행복이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작은 발걸음들이 내 삶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용기 내어 딛어야 하는 것이다.
@ 삶이 너무나도 힘들 때, 간혹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적지로 보일 때가 있다. 그것만이 이 어둡고 힘든 삶을 벗어날 상책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이나마 우리 내 삶에 더욱 진솔해지는 시기는 없을 것이다. 삶이 어렵다라는 것을 인식할 때, 죽음을 미리 선취(先取)하는 그 순간, 우리 자신들의 삶에 더욱 솔직해지는 순간이자 내 삶의 본래적인 의미를 알아가게 되는 순간일 것이다. 또한 그 순간이야 말로 인간의 유한함을 인식하는 순간이자, 이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느끼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 『마음』 속 ‘선생’이 인간 불신과 자신에 대한 불신 때문에 지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죽음을 미리 맛본 그 순간,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자신의 삶에 조금이나마 연민을 느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삶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치닫도록 만든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분명 어느 누구도 초연하게 최고의 선택들을 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선생’이 ‘나’에게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편지를 통해 알리기 위해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그 순간, 자신의 나약함을 깨달았더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그 선택들이 항상 최선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최선이라고 칭할 때는, 그러한 선택들이 그 순간에는 최악으로 보일지라도, 전체적인 삶을 조망해서 볼 땐, 결국 그것도 우리 삶이라는 생각이 들 때일 것이다. 우리 내 삶 안에서 필히 마주할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선택들이 거창한 행복을 이루는 것이 아닐지언정, 소박한 행복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