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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고고학 Mar 16. 2024

'인연'으로 혹은 '추억'으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참 좋은 영화이지만,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너무 미화한 듯한 결론


온전히 현실적인 차원에서, 

영화를 다시 보면, 

해성은 이도저도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모습, 

아서는 노라의 nationality와 이에 바탕으로 한 아련한 과거와 

해성을 향한 풋풋한 사랑에 대한 기억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  


노라는 아서와 살지만, 마음은 해성에게 가있고, 해성의 눈을 보지만, 몸은 아서에게 가있는.. 

이 딜레마가 여성들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할만한, 혹은 현재 불만족스러운 관계를 잠시 이해 받을 수 있는 영화였던 것일까..??  


이 영화를 본 관람객 대다수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거의 이 영화의 애절한 감정선에 많은 공감을 받는 듯하다.


 차분히 영화를 다시 보면, “인연”이란 본 의미는 과거의 관계는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그 사람이 잘 살길 바래주고 염원해주는 것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현재의 인연에 최선을 다하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는 그저 담담히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갈 담대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노라의 감정에만 몰입한 듯한 플롯.. 

아서를 흔들고, 해성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그 중심에 있는 노라.  

과연 이게 감독이 말하고 싶은 인연일까..? 


 아서에게도 해성은 새로운 인연이다.  꼭 남녀 만이 인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우버를 부르는 장면에서,  노라의 아련함만 부각시킨 것이 굉장히 아쉽다.  만약 아서가 노라 대신 해성을 배웅하러 나갔다면 어땠을까? 


모두 그 상황에 몰입해, 각자 만의 아련함과 아쉬움 속에 처한 상황 속에서, 아서가 용기를 내서 해성을 위해 대신 갔다면.. 아서는 해성을 위해, 노라는 아서를 위해, 그리고  해성은 아서와 노라를 위해... 

그 아쉬움 속에서, 어찌 쉽게 풀 수 없는 인연을 남겨 놓고 떠났다면.. 

감독이 계속해서 의도해왔던 동양적 인연의 의미를 더 신비스럽게 보여줄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인연'이란 주제에 맞추어, 다시 생각해보는 이유는, 감독이 인터뷰에서 줄곧 동양적 인연 개념에 대해서 강조하고, 영화에서도 노라/아서/해성 모두의 입에서 '인연'이라는 고백이 나오기 때문.  


그러나 정작 감독 본인은 '인연'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냥 본인의 풀지 못한 아련한 추억에 다소 비약적인 차원에서, 인연이라는 동양적인 미를 적용시켜, 

미화하는 듯한...   


물론 영상미, 음악, 현실고증 등 다양한 감정선을 잘 살린 것에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영화가 진행될 수록 아쉬움이 많았다.  


물론 마지막 장면을 '노라'가 진정한 인연의 의미를 소화하지 못해 안절부절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가는데로 행동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항상 우리 삶과 관계가 이런 충동에 의해서만 좌우될까? 돌이켜보면, 마음이 있어도 용기가 없어서, 혹은 마음이 있는데도 어떤 내 안의 '기준' 때문에 등등.. 때로는, '직관적으로 이 관계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참고 인내하며 행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당장에는 감정적으론 후회하지만,, 서서히 시간이가며 그 사건을 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동양적 맥락에서의 '인연'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좋은 추억으로서 아련함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화 마지막 장면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해성이 우버를 잡으러 갈 때, 노라가 마중나가기 보단, 아서가 갔다면 어땠을까. 아서는 노라를 위해, 노라는 해성을 위해, 그리고 해성은 아서를 위해. 각자 만의 어떤 아련함 속에서,, 더 어렵고 힘든 차원에서의 '인연의 존중'이랄까..


 만약 '인연'이라는 주제로 영화를 구성하지 않았다면, 더 설득력 있고, 더 복잡한 감정선을 담은 영화로 기억에 남았겠지만,, 감독이 '인연'이라는 그 개념과 깊이를 아직 많이 소화하지 못 한 채, 성급히 사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추억이라는 주제였다면 더 설득력 있었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줄곧 감성적 호소는 열심히 하지만 (추억은 감성의 영역이 될 수 있지만,  인연은 오직 감성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추억에서 '인연'으로 넘어가는건, 내 의지적 판단과 결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 반면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적/이성적 호소는 포기한 듯한 느낌.. 그냥 인연이었기보단, 추억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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