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픈데 응급실 가도 돼요?"
‘배 아픈데 응급실 가도 되나요?’ 이렇게 검색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배가 너무 아픈데… 이걸로 응급실 가도 되나?"
이런 고민,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특히 병원이 문을 닫은 밤이나 공휴일엔 더 망설여지죠.
병원은 열지 않았고, 아프긴 정말 아픈데…
이게 응급실까지 갈 정도일까? 괜히 갔다가 눈치 보이진 않을까?
저는 10대엔 위경련으로,
20대엔 방광염으로
정말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울고 기며 응급실을 찾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꽤 여러 번이요)
물도 못 마시고, 잠도 못 자고,
화장실 갈 때마다 식은땀이 흐르던 밤.
그땐 정말 ‘돌겠다’ 싶었고, 병원 문이 닫혀있어 응급실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죠.
물론 이런 증상들은 의학적으로는 '응급'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증, 숨참, 구토, 설사처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괴로운 상황이라면
응급실에 방문하셔도 괜찮습니다.
그 선택이 나쁘다거나,
“그걸로 왜 왔냐”는 말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숨이 가쁘거나 호흡이 어려운 경우
갑작스러운 가슴통증, 심한 복부 통증
고열(38.5도 이상)과 함께 구토, 설사, 의식 저하
갑작스러운 언어 장애, 팔·다리 마비 증상
출혈이 멈추지 않거나, 하루 이상 소변이 안 나오는 경우
이런 상황은 시간이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응급실은 ‘먼저 온 순서’가 아닌,
‘생명이 위급한 순서’로 돌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진료를 볼 수도 있습니다.
“왜 나는 안 봐줘요?”라고 말하기 전에,
지금 이 공간에서 더 위급한 환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잠깐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응급실은 ‘당장의 위험과 불편감’을 해결하는 곳이지,
질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곳은 아닙니다.
진통제를 맞고, 수액을 맞고,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후에 외래 진료를 꼭 이어가야,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예전보다 훨씬 높은 진료비가 청구될 수 있습니다.
기본 진찰료
응급의료관리료
수액, 검사비 등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생각보다 큰 금액이 나올 수 있으니,
응급실을 찾기 전에 비용에 대한 인식도 함께 필요합니다.
경험상,
진짜 응급실에 와야 할 정도로 아픈 사람들은 오히려 망설입니다.
새벽부터 설사를 수차례 하고,
연휴 내내 복통에 시달리던 친구들도
“이걸로 응급실 가도 되나…” 하며 참습니다.
반면, 병원 여러 곳을 돌던 ‘병원 쇼핑러’들은
“CT 한 번 더 찍어주세요”
“의사 바꿔주세요”
“근데 왜 이렇게 비싸요?” 같은 말을 하곤 하죠.
정작 와야 할 사람이, 오지 못하는 구조.
이건 의료진도, 환자도 모두 힘들게 만듭니다.
밤에도, 연휴에도
우리를 받아주는 응급실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소중한 일입니다.
이 응급실이 계속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금의 의료보험 체계가 유지되어야 하고,
의료인이 떠나지 않아야 하며,
우리 모두가 적절하게 이용해야 합니다.
“배 아픈데 응급실 가도 되나요?”
그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다만, 기다림과 비용, 그리고 그다음 외래 치료까지도
함께 감당할 각오가 필요합니다.
응급실은 당신을 도와주는 곳이지만,
모든 걸 해결해주는 마법의 공간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