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13) 보호자 없는 뇌사자의
장기기증

-공포와 사실 사이에서-

by 에스


900%EF%BC%BFfile%EF%BC%BF00000000250061f78a50731843bfc35a%EF%BC%BFconversation%EF%BC%BFid%3D68055d03%EF%BC%8Db830%EF%BC%8D8007%EF%BC%8D859a%EF%BC%8D7c053be4d4e6%EF%BC%86message%EF%BC%BFid%3Da9cd8a77%EF%BC%8Dc43a%EF%BC%8D4bc9%EF%BC%8Db409%EF%BC%8D5a4f90.png?type=w773 AI 생성 이미지(출처: chat GPT)



스레드에서 보호자 없는 뇌사자의 장기기증과 관련된 법 개정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가족 없는' 뇌사자도 장기기증 가능해진다…개정법 8월 시행[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오는 8월부터, 사전 장기기증 등록자라면

보호자가 없더라도 본인의 생전 의사에 따라

장기기증이 가능해집니다.

이전에는 보호자 동의가 없으면 기증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번 법 개정은 꽤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젠 뇌사만 시켜놓으면, 아주 합법적으로 장기매매하려고 수쓰네."


이런 식의 댓글들이 달리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휩싸였어요.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지켜본 장기기증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거나,

무서운 일이 아니였습니다.




장기기증,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닙니다.


기증 등록이 되어 있다 해도,

가장 먼저 KODA(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하 코다)에서 의료진이 파견돼요.

이 사람이 정말 등록자 본인이 맞는지,

지금 상태가 뇌사라고 볼 수 있는지

처음부터 꼼꼼하게 검토합니다.


그다음은 병원(기증자가 입원한) 차원의 윤리위원회.

의사, 부서장, 윤리위원장, 그리고 코다.

다 같이 모여 수 차례 논의해요.

이 절차는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도 넘게 걸립니다.




“정말 뇌사가 맞는지” 또 확인해요.


뇌사는 단순히 숨을 안 쉬는 상태가 아닙니다.

가능성이 1이라도 남아 있다면,

윤리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인공호흡기를 잠시 분리해 CO₂가 배출되지 않는 상태인지(자가 호흡 없음),

Doll’s eye reflex, 동공크기와 같은 뇌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반사를 체크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사람은 되돌릴 수 없는 상태다”는 게

명확히 확인된 뒤에야

비로소 수술대에 오를 수 있어요.




뇌사 = 장기적출?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냥 똑 떼 간다”는 식의 얘기는,

절차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의 상상일 뿐이에요.





저는 의료인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이 말을 꺼냅니다..


내가 본 장기기증은,

누군가의 생을 무게 있게 마무리하는

아주 신중하고, 윤리적인 과정이었습니다.









두려움이 앞설 수 있다는 점, 저도 이해합니다.


그래서 더욱, 그 두려움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실을 통해 함께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야기(12) 응급실 이용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