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15) 술과 담배의 말로

-시들어가는 흡연자들, 폭풍처럼 지나가는 음주자들-

by 에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스레드에

술과 담배 중 하나를 꼭 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라는 주제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image.png?type=w773 스레드 설문조사 결과



총 248분이 참여해주셨고, 결과는 술 69%, 담배 31%였습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괜찮다’는 인식이 많고,

담배는 ‘백해무익하며 간접 피해까지 준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술을 선택하셨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담배를 선택하신 분들은

"술을 마시면 담배까지 땡긴다"는 이유로

차라리 담배만 하겠다고 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설문을 올린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닙니다.



병원 현장에서 제가 직접 지켜본,

술과 담배가 이끄는

서로 다른 죽음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image.png?type=w773 AI 생성 이미지(출처: chat GPT)



개인적인 의견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담배 냄새를 정말 싫어합니다.

그런데도 환자들을 돌보다 보면,

헤비스모커보다 알콜릭 환자들의 죽음이

훨씬 더 처참하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시들어 가는 흡연자들


담배는 마치 꺾인 꽃과 같아 보입니다.

담배는 다음과 같은 만성 질환을 일으킵니다: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심혈관질환(심근경색, 뇌졸중 등)

-말초혈관질환(사지 괴사, 당뇨 합병증)

이 질병들은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됩니다.


산소포화도가 점점 떨어지고, 작은 움직임에도 숨이 차며,

결국에는 산소줄 없이는 일상생활도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말라가듯, 시들어가듯 죽어갑니다.

조용히, 그러나 느리게, 아주 오래 고통을 곱씹으며 생이 끝나갑니다.



폭풍처럼 지나가는 음주자들


술은 그와는 다릅니다.

사람을 더 참혹하고, 더 폭력적으로 죽입니다.


다음은 술이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만성 질환입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

-식도정맥류 파열 (대량출혈)

-급성·만성 췌장염

-알코올성 심근병증

-비타민 결핍성 말초신경병증

-영양불량으로 인한 면역저하, 근감소증


이 질환들의 무서운 점은,

단기간에 급격히 증상이 악화되며, 빠르게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코올로 망가진 간은 복수를 만들어 배를 부풀게 하고,

눈과 피부는 노랗게 물들며,

피를 토하거나, 피 섞인 설사를 쏟아내기도 합니다.

출혈과 패혈증이 겹쳐 전신이 무너집니다.


피부는 거무스름하게 변하고,

식도정맥류가 터지면 한밤중 피 웅덩이 위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정신은 흐려지고,

스스로의 몸조차 조절하지 못한 채

정신도, 육체도 함께 무너져 갑니다.




나는 그걸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담배보다 술이 낫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해로운 것은 둘 다 마찬가지지만

‘죽음의 방식’만큼은 술이 훨씬 더 잔혹해 보였습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다면


금연이든 금주든,

스스로 결심하는 것도 어렵고,

혼자 해내기란 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금연 패치, 상담, 회복 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도움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 글은 술과 담배에 대한 가치 판단이나 조장이 아닌,
죽음의 단면을 매일 마주하는 의료인의 시선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더 많은 글은 블로그와 스레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_onsh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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