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17) 지정헌혈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에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정헌혈 릴레이가 실제로 일어났던 적이 있다.


2021년 1월,

인터넷 커뮤니티 메이플스토리 인벤(이하 메벤)에는

‘지정헌혈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환자의 대량 수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호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 글은 빠르게 퍼졌고,

결국 메이플스토리 운영진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그 결과, 게임 공식 홈페이지에는

‘용사님께 도움을 요청드립니다’라는 공지[링크]가 실제로 올라왔다.



image.png?type=w773 메이플스토리 공식홈페이지



놀라운 건,

이 과정에서 매혈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이다.


누구도 돈을 받지 않았고,

단지 그 글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정헌혈에 참여했다.

그 선한 영향력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몇 차례 더 비슷한 릴레이가 반복되었고,

형제 게임인 ‘로스트아크’ 커뮤니티에서도

지정헌혈 요청 글이 올라오고,

또 한 번 지정헌혈 릴레이가 이루어졌다.




물론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감성 팔아서 피 얻으려고 하네."

"이때까지 해본적 없으면서 이제 와서 왜 헌혈함?"

"게임 커뮤니티에 이런 글 올라오는 거 불편하다."




하지만,

그 작은 글 하나가 만든 변화도 있었다.

"헌혈에 관심 없었는데, 그 글 보고 헌혈하고 왔어요."

"피가 이렇게 부족한 줄 몰랐어요."

"지정헌혈 글 안 올려도 되게 하려면, 우리가 자주 헌혈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사람들은 잘 몰랐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image.png?type=w773 AI 생성 이미지(출처: chat GPT)



지금도 가끔,

게임 커뮤니티에는 지정헌혈을 부탁하는 글이 조심스럽게 올라오고 있다.


여전히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고,

“이런 글은 커뮤니티 성격에 안 맞는다”는 말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나는 바란다.

자발적인 헌혈이 더 많아져서,

지정헌혈이라는 이름의 빈부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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