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1) 어느 간호사의 회고

by 에스


글을 쓸지 말지 정말 많이 고민했던 이야기입니다.

다른 뉘앙스로라도 한 번쯤 꼭 써보고 싶었지만,

괜히 공격적으로 비칠까 봐 마음속에만 담아두다

뜬금없이 스레드에 먼저 올리게 되었어요.


저는 지방의 전문대 간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국립대도, 자대병원이 있는 4년제 간호학과도 아니에요.

2년제에서 3년제, 그리고 다시 4년제로 바뀐,

흔히들 말하는 '지잡대' 출신입니다.


그 시절, 주변 간호학과 친구들이나

다른 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을 보면

‘간호학과 부심’이 꽤 강했습니다.


그 무거운 전공책을 굳이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고,

같은 학교 다른 과 학생들을 대놓고 무시하기도 했죠.

(사실 백팩을 메는 게 훨씬 편한데 말이에요.)



인터넷에서 본 간호학과 부심은 더 부끄러웠습니다.


“간호학과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 괜히 있는 거 아니다.”

“공부도 힘든데 과제, 실습까지 겹친다.”

“의사만큼 공부한다.”< ...???


정말 어디서부터 오는 자부심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럼 다른 대학생들은 노나요?


대학교는 고등학교와 달리 누가 잡아주지 않아서 힘들 뿐,

전공 수업은 어느 과를 가도 절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체능 친구는 몇 날 며칠을 밤새며 작품을 만들었고,

공대 친구들은 어마무시한 수업 난이도와 과제에

매일 전쟁을 치르듯 살아갔습니다.


대학교는, 어느 과든, 다 힘듭니다.





간호사는 개천에서 난 용은 아니더라도,

개천에서 난 이무기쯤은 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900%EF%BC%BFfile%EF%BC%BF00000000af4461fdbeb1893c62edecd9.png?type=w773 AI 생성이미지(출처: chat GPT)



특히나 요즘처럼

전문대 간호학과가 무시당하는 분위기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6~7등급도 간호학과 간다”는 말이 조롱처럼 쓰이기도 하지만,

그런 말이 사실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서울 상위권 대학에도 공부 안 하는 사람은 있고,

전문대 간호학과에도 조용히 치열하게 공부해서

대학병원에 가고, 해외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사실 이무기라고 부르기도 죄송한 수준이에요.)


그리고 이른바 ‘6등급 학생’이 졸업해서 병원에서 일을 시작하면,

그게 종합병원이든 개인병원이든

더 이상 ‘등급’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그 사람은 이제 남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직업,

‘간호사’가 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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