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 간병인은 무슨 일을 할까?

by 에스


어제 스레드에 간병인에 대한 글을 썼지만, 댓글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간병인을 ‘필요하긴 하지만 문제도 많은 존재’ 정도로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왜 이런 인식이 생겼는지, 그리고 진짜 간병인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간병인, 정말 비싸기만 한 걸까?


현재 간병인의 하루 고용비용은 약 13~15만 원입니다.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24시간 상주라는 조건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시급으로 환산하면 최저시급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24시간 내내 일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병원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쪽잠을 자며 환자 옆을 지키는 건 근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군인이 비상대기 중인 시간도 근무에 포함되듯이 말이에요.


그런데도 낮은 시급 탓에 간병인 구인난이 있었고,최근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확대 덕분에 조금씩 완화되었지만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2. 간병인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구조부터 봐야 합니다


첫째, 의사소통의 문제.

시급이 낮다 보니 외국인 간병인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하지만 이로 인해 간호사와의 소통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금식입니다”, “운동 데리고 가주세요” 같은 기본 지시가 잘 전달되지 않으면,결국 손해는 환자에게 돌아갑니다.

둘째, 책임감 문제.

간병인은 병원이 직접 고용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외부 업체 소속이고,특별한 자격증 없이도 입직이 가능하다 보니 교육이나 관리 체계가 느슨합니다.‘액팅아웃 있는 환자를 두고 간병인이 도망갔다’는 인계를병동에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하지만 현실은 그럴 만한 구조이기도 합니다.힘든 케이스를 맡기엔, 그 돈이 너무 적으니까요.



3. 간병, 해보셨나요?


가족이 직접 간병을 해본 분이라면, 아마 이 말의 무게를 아실 겁니다."중병에 효자 없다."

치매, 섬망, 행동장애…가족도 못 알아보는 환자를 케어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힘듭니다.


간병인이 실제로 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콧줄로 식사를 도와주고

혹은 밥을 입으로 먹도록 격려하며

필요시 가래를 흡인하거나, 간호사 호출을 도와야 하고

휠체어로 이동을 시켜 산책이나 운동도 시켜야 하며

화장실 이동, 체위변경, 기저귀 교체,

식사량 체크 같은 일상 케어

간호사 지시에 따라 금식을 하도록 하고

환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며

보호자가 없을 땐 간단한 보호자 역할도 대신합니다.


이 모든 걸 하루 24시간, 병실에서 쪽잠 자며 지켜봅니다.

근무라 부르지 않는 시간이 있어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환자는 간병인이 두 명이나 필요한 상황도 있습니다.

몸무게가 너무 무거워 혼자선 체위 변경이 불가능한 경우,액팅아웃이 너무 심한 경우 등등.

하지만 실제로 두 명의 간병인을 고용하는 보호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루 13만 원이 아니라, 하루 26만 원이 되는 셈이니까요.



4. 왜 ‘그분들’이 간병을 하나요?


스레드에서 이런 댓글을 봤습니다.

“그렇게 힘들면 왜 할머니들이 많이 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그분들도 압니다. 다른 일을 하는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걸.


하지만 그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간병을 택합니다.


허리가 안 좋아서 물류센터 근무는 불가능한 분들

야외 현장 대신 병원 근처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

상대적으로 덜 움직이지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일자리를 원하는 분들

결국 간병은“할 수 있는 일 중 그나마 내가 감당 가능한 일”이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감당하지는 못하지만 의료진이 있어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5. 사실, 간병은 남자가 해야 할 일 아닐까?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무거운 환자 옮기기, 체위 변경, 욕창 예방 등을 보면간병은 오히려 건장한 남성이 맡아야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 여성일까요?


여성환자들이 남성 간병인을 불편해하거나 거부하기도 하고

건장한 남성은 그 돈 받고 간병 안 합니다. 일당 더 주는 일용직이 더 낫거든요.

섬세한 케어가 필요한데, 여성 쪽이 선호되기도 합니다.(물론 훌륭한 남성 간병인도 있습니다!)


결국 이 일은,

힘든데 돈은 적고,

섬세함까지 요구되며,

사회적 존중은 부족한 고난이도 노동입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니까,결국 그 자리에 남는 사람들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어떨까요?


싼값에 사람을 부려먹으니 관리도 안 되고,무거운 것도 못 드는 할머니들이 환자를 간병하게 됩니다.그런 구조 속에서 체위변경조차 되지 않은 환자들은 중환자실로 옮겨질 때쯤이면 온몸에 욕창이 덕지덕지 생겨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호자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의사 선생님이 설명해도 어렵고,간호사가 수치를 말해도 잘 와닿지 않는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 가장 곁에 있는 사람,의학 지식은 없어도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그게 바로 간병인입니다.



“오늘 밥을 반이나 남기셨어요.”

“밤에 세 번 정도 뒤척이셨어요.”

“표정이 어제보다 조금 밝아졌어요.”


이 짧은 말 한마디가환자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해 불안한 보호자에겐 가장 큰 위로가 됩니다.


image.png?type=w773 AI 생성 이미지(출처: chat GPT)




보호자는 의사나 간호사의 말과 치료 방식은 어렵고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간병을 해보면,

간병인이 얼마나 힘든 일을 하고 있는지,


그 고됨만큼은 누구보다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간병비는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돈은 여전히 너무 싸기도 합니다.



그러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있잖아요. 그거 잘 되면 간병인 필요 없지 않나요?”


맞는 말입니다.

이 서비스가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보호자도 간병인도 없이 환자가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간호사 1명이 10명의 환자를 보는 구조에서

기본 간호만 해도 벅찬데, 간병까지 맡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국 많은 환자들이 실제 간병을 받지 못하고,

“서비스는 있는데, 간병은 없고”라는 이상한 공백이 생깁니다.


통합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간호 인력 충원과 간호수가 인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 간병인이 감당하고 있는 돌봄의 무게를

간호사가 ‘업무’로 떠안기만 한다면,

그건 제도 개선이 아니라 또 다른 착취일 뿐이니까요.


이야기(8) 빚 좋은 개살구-한국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링크]


이 글은 간병인을 ‘편드는’ 글이 아닙니다


의료의 질이 충분히 높아지고,간호 인력이 충분히 확보된다면,사실상 '간병인'이라는 자리는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환자 곁에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고단함과 감정노동이“돈 받고 하는 거잖아”, “할머니들이나 하는 일이잖아”라는 말로 폄하되지는 말아야 합니다.


간병인은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는 존재이자,지금 의료가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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