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전문 회계사가 감히 추천해 보는 애덤 그랜트 싱크 어게인 책
스타트업 전문 회계법인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깨달음은 숫자만큼이나 사고의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애덤 그랜트의 『싱크 어게인』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그동안 '전문성'이라고 여겼던 확신들이 사실은 클라이언트와 나 자신의 성장을 막는 벽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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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로서 나는 정확한 판단과 명확한 답변이 전문가의 덕목이라고 믿어왔다. 스타트업 대표들 앞에서 재무제표를 설명할 때, 세무 자문을 할 때 항상 확신에 찬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랜트는 이런 태도가 오히려 진정한 조언을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진짜 전문가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관점을 업데이트하는 사람이라고.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전문가일수록 예측을 더 자주 틀린다"는 연구 결과였다. 경험이 쌓일수록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고 기존 관점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는 치명적이다. 규제는 매년 바뀌고, 투자 트렌드도 계속 변하는데 과거의 성공 사례에만 매달려 있다면 클라이언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그랜트가 강조하는 '과학자 마인드셋'은 스타트업 회계 업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할 때도 기존 틀에 맞추려 하지 말고, 그들만의 특수성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 경험과 지식을 가설로 보고,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통해 검증하고, 틀렸다면 과감히 접근법을 바꾸는 것. 이런 태도가 진짜 전문가 서비스라는 걸 깨달았다.
책에서 다루는 조직 문화 이야기도 우리 회계법인 운영에 많은 시사점을 줬다. 실수를 인정하기 어려운 분위기, "모르겠다"고 말하기 두려운 문화는 전문 서비스업에서 더욱 위험하다. 그랜트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조직만이 진정한 전문성을 발휘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팀도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서 클라이언트 미팅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에는 내가 정답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함께 최적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접근한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하는데, 귀하의 상황에서는 어떨까요?"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가장 큰 변화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상담할 때의 태도다. 예전에는 회계와 세무 관점에서만 조언했다면, 이제는 그들의 비즈니스 전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이 부분은 제가 잘 모르겠어서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한다. 덕분에 클라이언트들과 더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위험한 건 고정된 사고에 갇히는 것이다. 그랜트가 말하는 '재사고'의 힘은 바로 이런 함정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내가 옳다고 확신하는 순간, 시장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회계사에게도, 스타트업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다.
결국 『싱크 어게인』이 스타트업 전문가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전문 지식보다 중요한 건 그 지식을 기꺼이 업데이트할 수 있는 겸손함이고, 확신보다 중요한 건 계속 배울 수 있는 열린 마음이라는 것. 앞으로 나는 내 전문성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클라이언트와 시장의 목소리에 더 겸손하게 귀 기울이는 회계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