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링클레이터 <누벨바그(2025)> 리뷰
0. <누벨바그>에서 영화는 현실과 분리된 낭만적 세계이다. 작품은 ‘누벨바그’라는 영화사의 특별한 순간을 낭만적으로 담아내는데, 마치 다큐멘터리 처럼 그 시기의 대표적인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프랑수아 르뤼포’ 등 서사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인물들을 제외한, ‘아네스 바르다’ 등의 인물들은 얼굴과 그들의 이름을 담은 자막으로만 빠르게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네 멋대로 해라>라는 걸작의 촬영기를 약간은 '우당탕탕'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익살스럽게 풀어낸다. <누벨바그>는 이렇게 ‘누벨바그’라는 낭만의 시기를 영화라는 낭만적 형태에 낭만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본 작품에서 이야기에 낭만을 부여하는 요소는 ‘자유로움’이다. 주인공이자 누벨바그의 거두인 ‘장 뤽 고다르(기욤 마르벡 분)’은 이러한 기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작중에서 그가 영화를 촬영하는 방식은 자유롭고, 즉흥적이다. 그는 이야기에 진실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는 것을 지양하고, 흐름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렇기에 작중 ‘네 멋대로 해라’의 촬영은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 아닌, 담아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미 있었던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체로 옮겨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다. 작품은 ‘고다르’의 영화에 대한 이상적이고 이상한 신념을 내내 그려내며, 동시에 이러한 그의 신념에 차차 순응과 체념 그리고 비꼼의 형태로 적응해 가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낭만적인 ‘받아들임’의 형태로 그려낸다. <네 멋대로 해라>의 두 주연 ‘장폴 벨몽도(오브리 뒬랭 분)’과 ‘진 세버그(조이 도이치 분)’가 촬영을 지휘하는 ‘고다르’의 이러한 신념을 비꼬면서 놀리는 장면이 재치 있게 표현된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의 분위기는 작품의 감독인 ‘리처드 링클레이터’ 특유의 따뜻한 말장난 같은 대사들과 함께 영화에 자유로운 낭만을 부여한다.
2. 작품에서 영화는 ‘낭만’이라는 가치를 담아낸, 현실과는 분리된 세계이다. 촬영이 시작되었을 때 누벨 바그의 극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에 처음에는 거부 반응을 보이다가 차츰 그 낭만에 젖어들어가는 ‘진 세버그’는 이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네 멋대로 해라> 중 ‘험프리 보가트’의 대사를 ‘장폴 벨몽고’가 인용해 ‘진 세버그’가 연기한 캐릭터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정말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진 세버그’의 표정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그의 표정은, 영화를 즐기는 우리의 모습과 이어진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사랑을 하고, 모험을 즐긴다. 현실과는 다른 낭만이 영화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진 세버그’의 이러한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며, 영화라는 낭만적 매체가 지닌, 그리고 어쩌면 대부분의 관객이 지니고 있을 낭만의 기억을 관객에게 다시금 되새긴다.
3. <누벨바그>는 <네 멋대로 해라>라는 위대한 영화에 대한 제작기를 통해 ‘영화’에 대한 헌사를 전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영화’라는 낭만에 젖을 수 있게 해 준 이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보는 내내 웃음이 입가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