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총 <호퍼스(2026)> 리뷰
0. 자연과 개발은 오래전부터 대립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개발은 자연을 파괴하여야만 이루어진다고 인식되었고, 실제로 최근까지 그 방식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하나,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진 현대에는 과거의 관행이 마냥 정답으로 인식되지는 않고 있다. 최근 자주 사용되는 ‘그린 인프라’ 등의 표현은 이러한 기조를 잘 보여준다. <호퍼스>는 이렇게 자연과 개발이 공존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선을 귀여운 캐릭터들을 통해 그려내는 애니메이션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호퍼스>는 환경 문제를 다룬 여타 아동 대상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자연이 가진 잔혹한 모습을 피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은 초반부부터 나타나는데, 주인공 ‘메이블(파이퍼 커다 분)’이 ‘호핑(동물 로봇으로 정신을 옮기는)’한 비버 로봇에게 말을 거는 여러 동물이 잡아먹히는 장면이 그것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간간히 등장하는 이러한 부분은, 이야기의 갈등을 극도로 심화시키는 ‘곤충 왕(메릴 스트립 분)’의 사망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심지어, 이는 주인공 ‘메이블’의 손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인간이 자주 범하는 살상이 의도 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연못법’은 작품에 그려진 약육강식의 법칙을 다루기 위한 장치이다. 이러한 법칙이 없으면 작중 ‘자연’을 상징하는 동물들을 화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 이러한 ‘연못법’은 ‘생존’이라는 유전자에 내재된 본능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몰입감을 해치는 요소이다. 동시에, 이러한 ‘연못법’ 위에 있는 ‘왕’의 존재는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존재를 설정하여 이러한 몰입감 하락에 더욱 기여한다.
2. 그렇기에, <호퍼스>에서 다루는 환경관은 다소 애매하게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개발’과 ‘자연’ 간의 대립으로 구성되는 환경관이지만, 본 작품은 이 모두를 절충하는 답변을 내놓기 때문이다. 작품은 이러한 대립을 해결하려면 ‘모든 존재는 선하다’라는 전제 하에 ‘서로를 이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굉장히 원론적인 관점으로 만들어진 편리한 답변은 작품이 가진 환경관에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렇기에 <호퍼스>는 표면적으로 개발과 자연 간의 대립을 통한 환경 문제를 다루었음에도, 오히려 ‘이해’라는 메시지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3. ‘이해’라는 측면에서, 작품은 성선설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존재는 선하기에 잘못은 무지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논지로 극이 진행되는데,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제리 시장(존 햄 분)’이다. ‘제리 시장(이하 제리)’은 이 영화에서 개발론자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는 동물들을 내쫓기 위해 동물들만 들을 수 있는 소음을 내는 스피커를 작품의 주 무대인 연못에 설치하여 동물들을 내쫓는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그를 시장으로서 책임감이 있으면서 동시에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깊다는 묘사를 통해 마냥 악인이 아님을 드러낸다. 단지 동물들이 느낄 고통을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이후 작품 후반부에 ‘메이블’의 뜻대로 연못을 원상 복구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무지’했을 뿐 악인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품은 ‘제리’를 통해 많은 나쁜 행동은 ‘무지’로 인한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기에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4. 다만, 곤충 왕 ‘타이터스(데이브 프랭코 분)’의 존재는 아쉽게 느껴진다. ‘메이블’의 반사적인 행동에 전대 ‘곤충 왕’이 터져 왕위를 이어받게 된 그는, 곤충과 절지류가 세상을 지배하여야 한다는 야심으로 이를 제외한 모든 동물들을 멸종시키고자 한다. ‘타이터스’는 ‘메이블’의 사과를 통해 한 번의 기회를 더 받았지만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작품에서 최종 빌런이자 절대악의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는, ‘환경’이라는 민감한 주제에서 ‘자연주의’와 ‘개발주의’ 간 갈등을 ‘대화’와 ‘이해’라는 원론적인 방법으로 풀기 위해 만들어낸 ‘공공의 적’으로 볼 수 있다. 다소 편리하게 설정된 이러한 캐릭터는, 모든 이들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메시지를 가진 영화에서 설정과 맞지 않는 악인으로 존재하여 작품의 몰입감을 해치는 요소이다.
5. <호퍼스>의 가장 큰 매력은 ‘귀여움’이다.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각본을 상쇄할 정도로 굉장한 귀여움을 내내 보여주는 본 작품은, 다소 잔혹한 이야기를 귀엽게 표현해 약간의 찝찝함이 묻어나는 묘한 매력을 띤다. 주인공에게 조언하고 말을 거는 작은 동물들이 직후 잡혀먹는 부분이 여럿 나오는 본 작품의 여러 장면들은, 마치 아이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어른이 알고 있는 자연을 바라보는 느낌을 그려낸다. 이러한 묘한 매력을 차치하고도, 작품에 등장하는 귀여움은 내내 빛을 발하는 요소이다.
6. <호퍼스>는 환경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소 애매하게 느껴질 정도로 원론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었던 픽사의 <월-E>라는 작품에 비하면 주제에 대한 깊이는 다소 얕게 느껴지나,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한 ‘이해’에 대해서는 나름의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각본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다소 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엄청나게 귀여운 캐릭터들을 통해 나름의 재미를 제공하는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