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로드, 크리스토퍼 밀러 <프로젝트 헤일메리(2026)> 리뷰
0.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이제 인간 상상의 한계를 넘나드는 수준의 이르렀지만, 그럼에도 SF는 이야기이다.그렇기에 아무리 SF일지라도 이는 감정을 가진 존재의 서사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과학의 경이로운 발전 속에서도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이 세상을 지탱한다는 점을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분)'와 '로키(제임스 오티즈 분)'를 통해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특유의 ‘유쾌함’이다. ‘멸망’과 ‘죽음’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이 눈 앞에 놓여있는데도 작품의 주인공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내 유쾌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쾌함이 작품의 두 주인공이 놓은 절망적인 상황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놓여있는 ‘필연적인 죽음’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던 ‘그레이스’가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겼을 때의 감격하는 모습은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유쾌함’을 통해 절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은 ‘로키’가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들의 이야기를 할 때와, ‘그레이스’와 함께 서로의 고향을 이야기할 때도 드러난다. 그들이 보여주는 ‘유쾌함’은 슬픔을 내재하고 있기에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전달한다.
2. 그들의 유쾌함을 절망 속에서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은 우정이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자신의 고향보다 우주에서 오히려 유쾌함을 보여주는데, ‘로키’와의 우정은 이러한 유쾌함의 근간이다.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생존을 위해 급박하게 관계를 맺고 목적을 위해 행동해야했던 지구에서는 모든 관계에 계산을 세울 필요가 있다. ‘스트라트(산드라 휠러 분)’는 이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이들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는 그의 태도로 대표되는, 목적을 위해 인간성을 억누르는 그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가 불렀던 노래 등에서 비추어지는 본심은 그가 인간성을 억누르고 인류 보존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그레이스’는 ‘스트라트’를 신뢰하지만 마음을 열 수는 없다.
3. 그에 반해, ‘그레이스’와 ‘로키’의 관계는 다르다. 그들은 서로를 계산 없이 대하기 때문이다. 우주라는 극도의 외로움이 가득한 공간에서 만난 그들은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 까닭에 오히려 서로를 더욱 기초부터 알아간다. 작품은 이를 극 중에서 가장 정적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그들이 심리적으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더욱 밀도있게 만들어 이후 내내 비춰지는 그들의 강력하고 감동적인, '존재 그 자체를 신뢰하는' 우정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4. 우주의 위기를 구하는 것은 ‘우정’과도 같은 본질적 감정이다. ‘그레이스’와 ‘로키’의 만남은 우주의 역사에서 엄청난 분기점이다. 그들의 우정이 서로를 구하였고 또한 전 우주를 구하였기 때문이다. 우주의 위기를 초래한 ‘아스트로파지’를 잡아 먹는 ‘타우메바’ 채취는 ‘그레이스’와 ‘로키’, 서로의 존재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두 장면이 이를 잘 보여주는데, ‘로키’가 각오하고 자신에게 치명적인 지구의 공기 성분 속으로 들어가 ‘그레이스’를 구하는 장면과, ‘그레이스’가 ‘로키’를 구하기 위해 지구 귀환을 포기하고 ‘로키’의 우주선으로 향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우정’은, ‘그레이스’가 영웅의 길을 자의로 선택한 것이 아님에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인’이라는 본질적 감정과 함께, 본질적 감정이 가진 가치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 이렇게,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타의에 의하여 만들어진 ‘그레이스’라는 영웅이 진실된 영웅이 되어가는 성장담으로 완성된다. 지구에서의 그는 내내 도망다니는 존재였다. 자신의 이론이 학계에서 부정당하자 자신을 쿨한 선생으로 추앙하는 학교로 도망갔고, 지구를 구하는 사명을 띤 우주선에 승선할 상황에서도 그는 도망갔다. 이러한 그가, 자신의 친구를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희생을 택했다는 점은 그가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 모든 과학 기술도 본질적 감정의 가치보다는 위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이러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훌륭하게 전달하는 멋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