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풍경
내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는 지난 필름 사진을 통해 다녀왔던 도시에 대한 단상을 담은 글입니다.
빈에 다녀온 지 3년이 지났다. 한 달간의 유럽 여행 중 6일을 빈에 있었다. 원래 계획은 이틀 정도 할슈타트에 가는 것이었는데 빈에서 워낙 멀기도 하고, 이것저것 예매할 게 많아 그냥 빈에 더 머물기로 했었다.
빈은 생각보다 더욱 ‘도시’였다. 오스트리아의 수도답게 가는 곳마다 쇼핑거리였고 들어가는 상점마다 빈 손으로 나올 수 없게 했다. 여행 내내 가득했던 물욕에 지쳤던 반증인지 빈에서 제일 좋았던 곳을 뽑는다면 단연 ‘시민정원’이다. 이곳은 시청사 건물 앞에 있는 공원인데 넓은 잔디밭이 깔려있다. 잔디밭에서 그늘을 찾아 철퍼덕 눕거나 나무에 기대앉은 사람들을 보며 ‘자유란 무엇인가’ 생각했었다. 그만큼 자유, 평화 그 자체였던 장소였고 나도 잠시 동안은 그런 생활이 일상인 사람들에게 공감해 나에게도 일상이었으면 하고 바랐었다.
(6일 동안 이곳에만 두 번 왔는데, 시청사는 단 한 번도 들어갈 생각도 안 했다. 학습적인 여행은 싫어하는 걸로...)
시청사 주위의 카페들, 거리.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본 사람이라면 빈에서 꼭 가는 곳, 플라터 놀이공원이다. 놀이공원은 해외여행할 때 자주 가는 편이 아니지만, 이렇게 영화에 나온 곳이라면 들리고 싶긴 하다. 영화에 담긴 장소는 실제 그 장소의 느낌뿐만 아니라 영화의 여운이나 분위기를 담겨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장소 자체를 바라보는데 주인공의 눈빛, 그 감정을 느끼는 기분이랄까.
빈은 특히 건물 사이로 비치는 다른 건물이 눈에 들어올 때가 많았다. 슈테판 대성당도 그랬고, 다른 건물들도 마찬가지로. 건물들이 다 멋있어서 건물 사이로 비치든, 온전히 건물을 바라보든 온전히 건물이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도시를 이루는 것들 중 건물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달았기도 했다.
길 곳곳에 트램이 돌아다녀서 기찻길을 찍는 재미도 있었다.
‘파리와 비슷한 느낌이었던 빈. 파리보다 더 조용하고 고급지고 멋진 곳이었다.’
3년 전 기록했던 글이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사랑하는 도시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파리라고 대답한다. 빈은 내가 갔던 유럽 도시들 중에서 파리와 가장 닮은 느낌이었고, 좀 더 깨끗하고 조용했다.
6일 동안 머무르면서 빈에 대해 가졌던 가장 뚜렷한 생각은 ‘대학원을 간다면 빈으로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곧 빈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과도 같다. 학교 수업을 듣고 시민정원 잔디에 앉아서 쉬다가 에곤 쉴레의 그림을 맘껏 볼 수 있는 레오폴드 뮤지엄에 가고, 클림트 그림이 보고 싶으면 벨베데레 궁전으로 가고. 상상하게 되니 대학원 기간 아니더라도 한 달 살기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평화와 자유, 어떤 형이상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멋진 도시였다. 또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