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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S Dec 27. 2020

내가 사랑한 도시 02

프랑스 남부, 니스(Nice)

내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는 지난 필름 사진을 통해 다녀왔던 도시에 대한 단상을 담은 글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한여름이다. 더위가 한창인 여름엔 피부는 타들어가지만 담아둔 사진엔 햇빛이 가득하다. 쨍한 햇빛이 색감을 한껏 살려주는 시기. 니스에 다녀온 건 3년 전 한여름이었다. 


Moment of 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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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전망대 


나에게는 이 사진이 니스의 첫인상이다. 니스 전망대에 가는 동안 찍은 첫 번째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니스의 첫 장소로 정한 곳은 니스 전망대였다. 애초에 니스를 유럽여행 계획에 넣자고 생각한 이유가 니스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이었으니, 니스 여행의 첫 장소로 완벽한 곳이었다. 전망대에 가기 위해서 길을 걷고 있었는데, 골목길이 너무 예뻐서 맘대로 지름길이라 칭하고 걸었던 곳이다. 


여러 번의 여행을 하다 안 사실은 나는 유명한 장소나 꼭 가야 하는 곳보다는 골목길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현지인들의 삶을 체험해보고 싶을 정도로 사소한 것을 하는 여행. 그게 내 취향이었다. 그래서 여행을 하다 보면 무조건 골목길을 간다. 사람들이 널은 빨래, 화분, 창문을 보면서 잠시 현지인의 삶을 상상해보는 것이 좋다. 



부족했던 조사 탓에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갔다. 이제와 생각한 것이지만 전망대에 가려면 무조건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먼저 찾아보고 가는 게 좋다. 전망대.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높이 만든 대. 생각해보면 그렇다. 높이 만들었으니까 엘리베이터가 있겠지. 3년 전의 나는 왜 몰랐을까. 그래도 내려올 땐 엘리베이터로 내려왔다. 


아무튼 누군가가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니스를 바로 추가했을 만큼, 내가 찍은 사진도 맘에 든다. 여행을 계획할 때 주로 사진을 보고 선택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고 감탄한 후 "나도 저렇게 찍고 싶다, 나도 저 장소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추가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방식이 신기하긴 하다. 누군가의 사진이 자극이 된다는 말이니까. 누군가 내 사진을 보고 니스를 여행 계획에 추가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니스에선 한인민박에서 묵었다. 거기 있던 친구가 말해준 말이 있었다. 니스의 바다색은 세 가지 색을 띠고 있다고. 파도의 흰색과 하늘색, 그리고 진청색. 그래서 아름답다고. 이 말을 니스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니스에서 바다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는데, 그렇다고 '꼭 가봐야 할'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사진을 들춰보면서, 또 다른 나라 바다 여러 곳에 가보면서 그 말의 의미를 느끼게 됐다. 바다색만큼은 니스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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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현대 미술관(MAMAC)

미술관을 좋아해서 어느 도시에 들리면 꼭 미술관을 찾아보는 편이다. 피렌체에서도 유명한 미술관은 인기가 많아 현대 미술관을 갔던 기억이 난다. 니스에서도 현대 미술관이 있길래 곧장 갔다. 너무 좋았고, 사람도 없어서 혼자 두 번 정도 봤었다. 둘러본 후 위로 가라는 표시가 있어서 올라갔는데, 니스에 온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가 됐다. 현대 미술관 건물은 아래 이미지처럼 돼있다. 아치형의 다리로 이어져서 옮겨 다니면서 찍으면 각각 다른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셈. 

이미지 출처. MAMAC 공식 홈페이지

위 세 사진이 현대 미술관 옥상에서 각각 다른 포인트에서 찍은 사진이다. 바다에는 전망대가 있다면, 시내에는 현대 미술관이 있다. 꼭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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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마세나 광장&공원 

현대 미술관에서 나와 잠시 공원을 걸었다. 바로 이어져있던 기억이 난다. 쨍한 햇살을 피해 나무 밑 그늘을 찾아 앉은 사람들과 마세나 광장의 트레이드마크인 유리 바닥 분수. 여기서 끄적인 메모가 기억난다. '일 년 전 테러가 일어났던 곳이라기에 믿을 수 없는 곳' 그만큼 고요하고 평화롭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은 3년이 지난 지금도 믿기 힘든 사실이다. 테러가 부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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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해변과 사람들 

니스에 3박 4일 동안 있으면서 제일 많이 찍었던 것은 단연 해변 사진이었다. 그중에서도 니스의 시그니처 의자인 '파란 의자'에 앉아 바다를 감상하는 사람들을 담기 바빴다. '모두 무슨 생각을 하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저들처럼 나이를 훨씬 더 먹은 후에 다시 니스를 찾고 싶어 졌다. 그때 바라보는 니스의 바다는 스물두 살의 내가 봤던 니스랑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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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마을, 에즈


선인장 마을인 에즈에도 다녀왔었는데, 보통 에즈와 모나코 두 곳을 하루에 들린다. 에즈는 파주 영어마을같이 꾸며진 느낌이 강한 곳이었고, 모나코는 인상적인 점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이 두 곳을 갔던 걸 후회하진 않지만 추천하고 싶지도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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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 풍경

숙소 앞 풍경이라 하기엔 너무 아름다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국적인 풍경을 담고 있을 때 옆집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던 할아버지가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해준 기억도 있다. 


한여름에 찍은 사진엔 그날의 햇살이 담겨있는 것 같다. 나무의 그림자,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 그늘에 앉아있는 사람들, 그들의 찡그린 표정, 덥다는 제스처. 그래서 콜미바이유어네임을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진 모르겠지만, 여름이 담긴 필름이 좋다. 아마 다음에도 다다음에도 여름을 담기 위해 어딘가로 떠날지도 모른다. 장소를 담는 것이 아니라 여름을 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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