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의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또 하나의 방법
해당 글은 뉴스레터 '팁스터(Tipster)'의 필진 에디터로서, 발행된 글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https://maily.so/tipster/posts/85a9ccc7
릴리즈 노트는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가 출시, 혹은 업데이트될 때마다 변경 사항, 기능 추가/삭제, 버그 개선 등 변경 사항을 안내하는 문서를 말한다. 모바일/웹 앱, 기술 웹사이트 등 다양한 곳에서 릴리즈 노트를 만날 수 있지만, 흔히 특정 앱의 ‘버전 기록’에서(앱스토어 기준), '새로운 기능'으로(플레이스토어 기준)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엔 '앱' 자체의 업데이트 주기가 짧고, 사용자가 자세히 살펴보는 공간이 아니라 ‘버그 수정’과 같이 간략하게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릴리즈 노트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업데이트 소식을 전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 친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구성 시, 서비스만의 보이스 앤 톤을 갖고 있거나 사용자에 대한 애정이나 노력을 표현하거나,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에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디테일이 모여 서비스의 긍정적인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쇼핑, OTT, 푸드 카테고리로 앱을 분류해 살펴본 예시다.
세 서비스 모두 직접 말을 거는 듯한 톤을 갖고 있어, 사용자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업데이트된 기능 소개는 물론 '-라는 고민 한 번쯤 해본 적 있으시죠?'라는 메시지로 사용자의 의견에 귀 기울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날씨가 추우니, 빨리 가디건을 입고 싶다는 ‘패션 아이템’과 관련된 문구를 녹여낸 것이 눈에 띈다.
29CM는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을 반영하여~'라는 내용을 첫 문장으로 계속해서 활용하는 모습이다. 반복되는 문구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계속 '신경 쓰고'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라 가벼우면서도 정성스러운 인사말 정도로 느껴진다. (-) 기호를 사용한 목록 형태로 변경된 내용을 안내하고, 마지막에는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와 같이 사용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옷이 없으시다고요? 그러면…’이라는 뉘앙스로 유머까지 챙기는 모습이다.
스타일쉐어는 '사용자의 의견'에 따라 개선이 진행된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톤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사용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의견을 받는 방법을 꾸준히 안내하고 있다. 다만 '스쉐러', ‘사용자’ 등 대상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대상 명칭을 통일하고, 더 친근한 단어를 사용한다면 사용자와의 거리감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OTT 서비스는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콘텐츠가 중요한 자산이다 보니 왓챠는 이 내용을 릴리즈 노트에 일괄 적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데이트된 기능은 물론, 사용자가 겪을법한 문제와 해결방법을 함께 제시하는 모습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라는 문장으로 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목적이 사용자임을 어필해 사용자를 늘 신경 쓰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티빙은 업데이트된 내용을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특수 기호(□)를 사용해 한 줄로 나타내고, 아래 설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덕분에 어떤 내용이 추가되었는지 사용자가 빠르게 훑어볼 수 있는 환경으로 다가온다. 특히 기능 안내 중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라는 문장을 통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내용을 부드럽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디즈니플러스는 아쉽게도 복사, 붙여 넣기의 반복이다. 동일한 내용을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마다 보여주고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왓챠처럼 새로 추가된 시리즈를 전부 다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변경된 콘텐츠가 반영된 부분이 나타나면 더욱 좋은 릴리즈 노트를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배달의 민족의 릴리즈 노트를 처음 봤을 때, 사용자 개개인에게 메일을 보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분의 편리한 서비스 이용을 위해~'라는 공통 내용으로 시작되는데, '여러분'이라는 단어가 '사용자'보다 상대적으로 친근하게 느껴진다. 한 문장으로 이뤄진 노트는 업데이트 소식으로 시작, '행복한 하루', '작은 노력도 무성한 한 그루의 나무로 자라길~' 등 상황에 맞는 내용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다가온다. 서비스 내, 외적으로 배민다움이 무엇인지 브랜드에 관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켓컬리는 티빙과 같이 특수 기호를 사용한 목록 형태로 업데이트된 요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보이스 앤 톤은 ‘여러분이 가장 기뻐할 소식을 들고 왔어요~’와 같이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대댓글 기능처럼 업데이트 요소 하단에 추가 업데이트 진행한 부분을 한 번 더 적는다는 것이다. ‘간절한 소망이었는데, 한 번 더 (버그를) 청소했습니다ㅜㅜ’라는 문장으로 소소한 재미를 포함하고 있으면서, 불편했겠지만 사용자를 위해 진행한 결과라는 메시지를 우는 이모지로 표현한 점도 눈에 띄었다.
위 서비스 모두 훌륭한 릴리즈 노트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의 서비스가 '버그 수정 및 성능 개선'이라는 단어로 나열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참고했던 서비스 중에 가장 훌륭한 보이스 앤 톤을 갖춘 서비스는 배달의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배부르고 행복한’ '작은 노력도 무성한 한 그루의 나무로 자라길~' 등 ‘배민다움’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들이 쌓아온 브랜드 과정의 단어들을 조합해 필요한 내용만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의 디테일함까지 놓치지 않는 것이 브랜딩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곧 릴리즈 노트를 정성스럽게 작성해야 하는 이유다.
추가) 버전 기록의 숫자(ex. 11.21.0)는 무엇을 의미할까?
앱은 보통 알파, 베타, 출시 후보, 출시로 구성된 소프트웨어 배포 생명 주기를 거친다. 내부 개발 단계에서는 다양한 버전이 존재할 수 있는데, 릴리즈 노트는 제품 출시 시점에 맞춰 V.1.0.0부터 시작하는 것이 디폴트이며, 이후 변경 사항은 다음과 같이 구분해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v.X.0.0 (메이저 버전 : 소수점 첫째 자리 업데이트) - 상품 또는 서비스 버전으로, 신규 버전(v.1.0.0) 또는 이전 버전과 호환되지 않을 정도의 큰 변화가 일어난 경우
v.1.X.0 (마이너 버전 : 소수점 둘째 자리 업데이트) - 이전 버전과 호환 가능한 상태에서 신규 기능이 추가되거나 기존 기능이 삭제된 경우
v.1.0.X (패치 버전 : 소수점 셋째 자리 업데이트) - 소프트웨어의 API를 변경하지 않는 사소한 변경이나 버그 수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