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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S Dec 15. 2020

밤의 미술관, 그 사적인 세계로

29CM, 아주 사적인 밤 '앙리 마티스 특별전'

미술관의 불이 꺼진 후 오직 29명 만을 위한 사적인 프로젝트, 아주 사적인 밤에 다녀왔다. 앙리 마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프로젝트인데, 그가 얼마나 다양하게 예술을 그렸는지 알 수 있다. 섹션별로 그의 삶을 촘촘하고 다양하게 재현해낸 전시다.

출처. henrimatisse.org


앙리 마티스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때는 중학교 때였다. 몇 학년인진 기억나지 않으나 미술 교과서에 있는 '야수파' 설명에서 그의 그림을 빼놓고 본 적이 없다. 강렬한 빨간색 벽지와 식탁에 무언가를 놓는 여자의 모습. 이후로 마티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겨를도, 기회도 없었다. 최근에는 여기저기서 선 하나로 그린 드로잉을 여러 인테리어 소품으로 많이 보게 됐는데,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마티스라는 걸 안 지도 얼마 안 됐다. 이후 회사 선배님 덕분에 좋은 기회로 29CM의 전시를 보게 됐다. 하단은 기사에 게재된 전시 관람 내용이다. 윤석화 도슨트의 설명을 토대로 작성했다.


밤의 미술관, 그 사적인 세계로

전시는 총 5가지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윤석화 도슨트는 총 세 가지 메시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무엇으로’ 그려냈는지

마티스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 화가로 유명하다. ‘섹션1. 오달리스크 드로잉’은 목탄, 잉크, 먹으로 그린 작품으로 구성했는데, 가벼운 낙서 같아도 자세히 보면 정교하고 섬세한 선 드로잉에 놀란다. 마티스는 노후에 이젤 앞에 앉기 힘들어지자 침대나 안락의자에 누워 종이를 오려 그리는 컷아웃 기법을 창안했다. 컷아웃 작품들을 모은 책 <재즈>가 전시된 곳이 ‘섹션2. <재즈>와 컷아웃’이다. ‘섹션3. 발레 <나이팅게일의 노래>’에서는 마티스가 디자인한 러시아 발레단의 의상과 실로 그린 테피스트리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건축 평면 설계부터 스테인드 글라스와 실내벽화 및 실내 장식, 사제복에 이르는 부분을 빛으로 그린 부분이 ‘섹션5. 로사리오 성당’이다.


‘무엇을’ 그려냈는지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무엇을 그렸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은 구상화, 알지 못하는 그림은 추상화라고 한다. 마티스의 그림은 주로 후자 쪽인데, 섹션2에서 윤석화 도슨트는 관객에게 ‘어떤 걸 표현한 것 같은지’ 묻는다. 관객들이 그림을 보며 자유롭게 상상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이런 점에서 <이카루스>는 ‘하늘을 나는 모습’,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 ‘공중그네를 타는 사람’, ‘추락하는 공군 비행사’ 등 다양한 해석이 있기 때문에 이번 전시회 메인 포스터 작품으로 적합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는지

추상화인 컷아웃 그림은 마음껏 상상하는 자유가 있지만 그만큼 확신을 갖기 어렵다. 다행히 작품 모두 제목이 있다. 상당히 구체적인 단어들이라 추상화가 단번에 구상화가 되는 경험을 한다. 마티스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 메시지가 아니라 그가 살았던 도시 보앵에서 영감 받은 형형색색의 섬유와 서커스 등 직접 본 풍경과 시각적 인상이었다. 섹션5에서는 마티스가 진정 구현하고 싶었던 것을 확인한다. 2차원인 그림이 스테인드글라스로 3차원이 되는 과정과 빛이 비친 모습이 그가 살아온 삶의 흐름을 맘껏 밝히는 듯하다.



각자의 감상 각자의 일상

삶에 대한 의문이 들 때 초현실적인 생각을 한다. 여기에는 전시 관람도 포함된다. 거기엔 자신의 삶 전부를 바쳐 그림을 그린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평생 한 가지만을 위해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을 보면 늘 작아진다. 그 작아지는 느낌이 언제나 반갑다.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삶을 살아보지 못해서 그런지 삶에 대한 투정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윤석화 도슨트는 그런 점에서 마티스의 삶에 한층 더 이입할 수 있도록 해설한다. 종이를 잘라 만들었다는 컷아웃 기법을 설명할 때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에 대한 반론이 그랬다. 그림을 그리는 입장으로서 그의 그림이 얼마나 대단한지, 전시 마지막에 체험 공간이 있으니 직접 해보라고 권유하면서.



무엇으로 그렸는지, 무엇을 그렸는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세 가지 메시지는 곧 ‘그렇다면 나는 내 삶 속에서 어떤 것을 표출하고 표현하고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했다. 예술을 바라보는 수단을 일상에 갖고 온 셈이다. 29CM가 전하고 싶었던 것도 같은 맥락 아닐까. ‘아주 사적인 밤’은 관객 개인에게 예술가의 사적인 면모를 들여다보게 하면서 전시가 끝난 후에는 관람객 스스로의 사적인 부분을 돌아보게 한다. 도슨트가 이끌었던 흐름이 곧 사적인 일상을 성찰하는 흐름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림은 인간이 가장 먼저 배운 감정의 언어다. 윤석화 도슨트가 반복해서 말했던 표현이다. 직접 마티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가 말한 감정의 언어를 조금은 느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나는 어떤 감정의 언어를 전달할 것인가. 그림이어도 좋고, 글이어도 좋고 다른 것이면 더 좋겠다. 관람객 개개인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것이 윤석화 도슨트가 마티스의 그림으로 전달하고자 한 최종적인 메시지 아닐까.


전시에서 촬영 가능한 사진과 마티스의 명언.


사랑하고, 날고, 달리고, 기뻐하는 사람; 자유로운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He who loves, flies, runs, and rejoices; he is free and nothing holds him back.
내가 꿈꾸는 것은 바로 균형의 예술이다.
What I dream of is an art of balance.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항상 꽃이 피어있다.
There are always flowers for those who want to se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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