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인연

끊어진 끈

by 소서


나는 먼저 연락을 잘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특징은 요즘 세상에서 내 삶의 관계들이 쉽게 갈라지기 충분했고,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보다 조용히 멀어진 사람이 더 많다. 누군가가 불쑥 건네는 말의 무게, 거절 뒤에 따라오는 미묘한 후회, 문장을 눌렀다가 지우는 동안 손끝을 붙잡는 여러 감정들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 머뭇거림은 어느새 용기보다 훨씬 커져버렸고, 나는 그렇게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방법만 익숙하게 배운 어른이 되었다. 더 많이 겪고 더 많이 상처를 감각하게 될수록, 나는 미리 상대의 불편을 계산하는 이상한 배려를 체득해 버렸다. 관계는 사실 누군가의 ‘보고 싶은 마음’이라는 이기심이 먼저 닿아야 이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이기심을 내세우는 데 서툴렀다.


그러다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결국 멀어졌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 상대 또한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뜻일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자책을 갈무리해 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같은 속도로 뒷걸음질 친 것이 아니라, 각자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기에, 두 사람을 잇던 끈의 한가운데가 점점 얇아지고, 마침내 아무 소리도 없이 끊어졌던 것은 아닐까.


더 좋은 끈이었더라면 버텼을까.

때로는 좋은 끈이 오히려 부담이 되고, 더 단단한 매듭은 서로의 숨을 조일까 두려워 아무도 먼저 그 매듭을 고치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를 더욱 단단히 묶어줄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그 선택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두려워 우리는 끝내 그 묶임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 끈은 자연스럽게, 조용하게, 누구의 칼날도 닿지 않고 서서히 가운데부터 먼저 닳아 끊어졌다. 그 단절은 행위가 아니라 현상이었고, 누군가의 부재나 탓이 없는 그저 시간이 만든 흐름이었다. 그렇게 끊어진 수많은 끈들은 내가 일부러 잘라낸 것이 아니기에, 그 끈에 걸려 있던 죄책감과 후회도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차차 시간 속으로 스며들었다.


우리는 그 떨어지는 순간을 애써 보지 않은 척한 채, 각자의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가면 그뿐이다. 아무도 탓할 수 없고, 탓할 이유도 없는 단절의 방식이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와 한때 스쳤고, 한때 가까웠던 모든 인연들은 수많은 운과 타이밍의 중첩 속에서 만난 일상의 잔잔한 기적이었기에 멀어짐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그들의 안녕과 평안을 바라게 되었다.


수많은 전깃줄로 촘촘히 연결된 세상에서 내 메시지가 너에게 전송되지 않고 있어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발신자불명으로 계속해서 은은한 향처럼 전달되고 있길 바라고, 누군가의 더 큰 마음의 메시지로 흔적도 없이 덮여도 좋으니 끊어진 것들을 돌아보거나, 얽혀 넘어지지 않고 더 튼튼한 새 끈을 매듭지을 수 있는 힘으로 남았으면 좋겠고, 놓아버리기보다 더 세게 당겨보기도 하는 용기가 네게는 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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