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엔드 Happyend (2025)

이따 보자, 사랑해.

by 소서


Happyend

Happyending- 이 아닌 end

end or and




학교와 친구가 전부일 때 나는 세상을 건너기 위해 음악을 듣고, 세상을 상상하고, 친구들과 학교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뛰어도 봤다.『해피엔드』속 주인공들은 낯설지 않다. 내 친구들과 닮아 있기도 했지만 전부 내 안에 녹아있는 나이기도 했다. 성실하게 어머니를 돕고 착한 딸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친구들과 모여 호기심 가득했던 자물쇠 너머를 뚫고 달리던 것도, 부조리한 어른들의 목소리 틈에 억울함을 담은 메시지를 던져 보였던 것도, 불이익을 받을까 뒷걸음질 치다 도착한 깜깜한 방에서 엉엉 울었던 것도, 그렇게 각자의 걸음으로 도망치다 다시 마주친 친구들과 벌어져버린 거리를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아 버린 것도.



그렇게 멀어진 친구들을 보며 제일 먼저 탓했던 건 내 도망이었다. 그 후에는 친구들이었다. 그다음이 세상이었다. 세상은 끊임없이 진동했다. 내 성장도, 관계도, 사회도, 지구도. 정신없이 진동과 충돌을 버티고 견디다 보면 어느덧 주변이 전부 바뀌어 버린 기분이었다. 진동의 중심에 있는 나는 그대로인데 내 친구들은 또 다른 세상을 향해 가고 있었고, 내 가족들은 또 다른 중요한 것들을 찾아 나섰으며, 세상은 나를 두고 새로운 무언가를 좇아 순식간에 변했다. 내게 남은 건 계속 듣던 내 플레이리스트 정도였다.


“요즘 음악은 안 들어요. 더 이상 새로운 음악도 없잖아요. 이젠 옛 명곡을 발견하는 것 말고는 없어요.”
“그런 슬픈 소리 하지 마.”


새로운 것을 찾아다닌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사실 그리운 무언가를 찾고 있었던 걸까.

찾아다닌다는 게 사실 새로운 것을 찾을 수는 없는 건데. 내가 찾을 수 있는 건 과거의 것들 뿐일 텐데.

내 안의 어떤 향수가 나를 계속 예전의 어딘가에서 머무르게 하고 있었던 걸까.





내가 불안했던 건 지금의 나를 바꾸려 하는 것들이었을까.

시간의 흐름도, 친구들의 성장도, 사회의 뒤바뀌는 질서도.


유타가 그 무거운 앰프를 버릴 수 없어서 먼 길을 끌고 걸었던 장면도, 옛날 음악만 돌려 듣던 것도, 육교를 건너는 장면도 다 그 시간들을 오래도록 붙잡고 싶었던 고집이었을까. 가장 자신만 생각한다고 믿었던 인물이었는데, 그가 지키려던 그 자신 속에 그의 친구들과 그의 세상이 전부 있었다. 코우 마저도 변화하지 않는 그를 탓하며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려 했지만 그의 옮음도 그름도 상관없다는 듯 그 자체를 품어준 건 유타였다. 그는 자기중심적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끝내 이기적이지는 못했던 사람이었다.



세상의 흔들림 속에도, 성장의 불안정함 속에도, 사회의 끝없는 정치적인 소음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지키려 했다. 그 끝엔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지라도 그 지키려 했던 것들과 지켜지지 못하고 떠나갔던 것들이 남긴 온기들에 대한 기억은 존재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끝을 맞이한다. 그게 끝이라고 명명하지는 않지만 어렴풋한 슬픔으로 끝을 감각할 뿐이다. 또 보자, 다음에 만나자. 이런 말들로 우리는 이별하며 happyend를 맞이한다. Ending처럼 진행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다른 곳으로 나아갈 것이고, 한 번의 만남에 수억 번의 운명이 중첩된 인연이었으니 다시 그 기적이 일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end. 그렇지만 다시 각자 나아가는 그리고 and.




@shina.p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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