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네마천국 (1988)

무슨 일을 하든 너의 일을 사랑하렴,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듯이.

by 소서
"영화가 세상의 전부인 소년 토토와 낡은 마을 극장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애틋한 우정"
"25년간 전 세계를 웃고 울린 감동대작의 부활"

유명 영화감독으로 활약 중인 토토(자끄 페렝)는 고향 마을의 영사기사 알프레도(필립 느와레)의 사망소식에 3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어린 시절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 토토(살바토레 카스치오)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을 광장에 있는 낡은 ‘시네마천국’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가 영사 기사 알프레도와 친구로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관객들을 위해 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해주던 알프레도가 그만 화재 사고로 실명하게 되고, 토토가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천국’의 영사기사로 일하게 된다. 실명한 후에도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알프레도는 청년이 된 토토(마코 레오나디)가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아그네즈 나노)의 부모님의 반대로 좌절하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며 권유하고 토토는 고향을 떠나게 되는데...

synopsis

영화를 좋아한다면, 어떻게 이 영화를 안 사랑할 수 있을까. 토토가 영사실을 바라보는 그 눈을 마주함과 동시에 사랑에 빠져 버렸다.


고전영화를 이따금 꺼내 본다. 앞으로만 살아가야 하는 삶에서, 과거를 다시 만질 수 있게 해주는 영화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낡고 투박한 화면의 결, 먼지 낀 듯한 사운드의 마찰음, 고전적인 말투와 표정들까지. 그 사소한 것들이 한데 모여 시간의 문을 연다. 나는 그 문턱을 거의 망설임 없이 넘어, 순식간에 다른 시대의 공기 속에 서 있다.


처음 영화관에 앉은 빛나는 소년의 눈을 보고 어떻게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영화를 비추는 밝은 빛을 따라 흐르는 소년의 꿈으로 난 스며들었고 그 곁에는 늘 알프레도가 있었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사랑을 한가득 품은

우리의 알프레도.




맨날 혼자 있고, 노예 같은 생활이야. 같은 영화를 백 번도 넘게 보고, 배우에게 미친놈처럼 중얼대고, 휴일도 부활절도 쉴 수 없어. 성금요일만 쉬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그날도 못 쉬었겠지.

/ 알프레도


돌아와선 안 돼. 깡그리 잊어버려야 해.
편지도 쓰지 마. 향수에 빠져선 안 돼. 잊어버려.
만일 못 참고 돌아오면 널 다신 만나지 않겠어. 알겠지? 이 마을엔 너를 위해 마련된 게 아무것도 없으니 마을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

/ 알프레도



누구보다 토토를 아꼈던 알프레도는, 자신을 붙잡아왔던 지난 삶에 대한 회한을 조용히 읊조리듯 토토에게 전했다. 너의 명성을 멀리서 건네 듣고 싶다는 말로 꼭 꿈을 놓치지 말기를 바랐다.


그렇게 유명 영화감독이 되어 다시 고향에 돌아온 살바토레. 자신이 떠나왔던 그곳에 너무 많은 것이 남겨져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유년 시절의 웃음소리, 희미한 필름 냄새가 밴 영사실, 소란했던 광장과 따뜻한 마을 사람들.

그리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알프레도.


꿈을 찾아 멀리 떠났지만, 내가 원래 있던 그곳에도 이미 나의 꿈, 열정, 그리고 사랑이 늘 함께였다.


살바토레는 알프레도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받는다. 그 필름에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주겠다고 했던 장면들이 엮어져 있었다. 계속해서 빛을 통해 반사되어, 눈에 담기는 수많은 사랑의 장면들. 꿈을 찾아 떠나라고 했던 알프레도가 사랑의 조각을 엮어 한 편의 필름으로 펼쳐주었다. 네가 스쳐왔던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 전부 사랑이었다고.



꿈, 사랑.

알프레도가 건네주려 했던 건

타오르는 불꽃이 아닌 심지였다.


토토가 잃지 않길 바랐던, 그 빛나는 눈동자에 담겨 있던 가장 찬란한 어린 날의 꿈의 조각들.



그의 인생을 통해 토토에게 제일 값진 것만 건네주고 떠난 알프레도를 살바토레는 영원히 기억하고, 그가 쏘던 빛을 따라 걸었던 토토에게 제일 좋은 장면들만 주고 떠난 그의 마음을 토토는 이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화라는 이름으로 건네주지 않을까.


영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서 영화 속 장면들이 계속해서 스크린에 펼쳐졌고, 극장에 앉아 있는 내 주변 풍경조차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졌다. 이 황홀한 기분 속에서 문득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장면들을 모아 누군가에게 선물처럼 건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 조각들이 누군가에게 삶의 작은 힌트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지금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중이다. 치열하게 행복했던, 슬펐던, 즐거웠던, 간절했고, 그래서 불안했으며,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각각의 장면들이 모여 긴 필름을 이루고 짧고 찬란했던 생이 나를 추억하는 어떤 이의 마음속 스크린에서 이따금씩 상영된다.


그리고 그 영화의 막은,

잊힘으로 천천히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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