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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정 Dec 30. 2020

뻔한 크리처, 좀비물에 지친 그대를 위하여

스위트홈; 강한 놈 위에 더 강한 놈이 있다.


시작은 이 드라마의 성격을 알려준다. 피칠갑이 된 소년이 있고 폐허가 된 건물에서 서서히 빠져나온다. 군병력들은 기다렸다는 듯 소년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소년의 걸음마다 눈밭 속에서 반죽음이 된 기괴한 사체들이 꿈틀거린다. 마치 소년이 폐허 속 생존자 혹은 주범이라는 듯 의뭉스러움만 남았다. 과연 소년은 괴물인가? 피해자인가?


스위트홈 주인공 차현수(송강)


소년은 은둔형 외톨이다. 고등학생 차현수는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오래된 오피스텔 그린홈에서 기괴한 현상이 생긴다.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욕망에 의해 인간이 괴물로 변한다'는 사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모두 결핍이 있다. 그게 욕망으로 변하고 곧 괴물이 된다. 그렇기에 그린홈에 고립된 사람들과 서로 힘을 합쳐 한편으론 서로 경계하며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 너도 나도 욕심 때문에 괴물이 될 수 있는 세상이기에..


첫째, OCN의 <타인은 지옥이다> 그 이상의 스릴러. 공간에 갇혔고, 그 안에 또 다른 괴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벗어나려 노력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 괴물로 득실대는 바깥보다 안전한 '스위트 홈'이다. 하지만 마냥 달콤하지는 않다. 외부의 적 괴물도 있지만, 내부의 적 모두가 잠재적인 괴물이다. 서로 살기 위해 협력하지만 의심한다.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이 지점이다. 더없이 안전할 것 같았던 달콤한 오피스텔 '스위트홈'의 거주자들도 언제든 괴물이 될 수 있다.


둘째, 넷플릭스 <킹덤>이후 크리처 물에 갈증을 해결할 작품. 좀비물의 시초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후. 좀비 및 죽은 시체 크리쳐를 어떻게 변주하냐가 관건이었다. 킹덤은 역병을 일으키는 '생사초'가 있었고, 새벽에는 좀비들이 인간처럼 숨죽이다가 밤이 되면 깨어난다. 이 드라마는 욕망을 갖기 시작하면 사람은 괴물이 되어간다. 코피를 쏟고 기절한 뒤 괴물이 된다. 누군가는 아이에 대한 욕망, 누군가는 직장상사를 죽이고 싶다는 뒤틀린 욕망에 괴물이 된다.


셋째, 강한 놈 위에 더 강한 놈이 있다.

 뒤틀린 욕망은 누구나 개별적이다.프로틴 괴물은 과거 근손실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렇게 해서 변한 게 근육질 덩어리의 괴물. 부족한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언제나 "프로틴(단백질)"만 말하며 인간 또한 단백질 취급한다. 괴물의 외형으로는 헐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한 놈이 등장한다. 
거미 괴물은 반지의 제왕의 쉴로브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이다. 맥락상 어떤 욕심에 일어났는지 드라마에서 생략이 됐지만 원작에서는 살고 싶다는 욕망에 의해 괴물화된 존재라 그런지 겁이 많다. 그래선지 단단한 갑피를 가지게 됐다. 중요한 건 이런 괴물들이 스위트홈 어딘가에 서식 중이었다.






앞서 말했듯, 주인공 또한 괴물이다. 모종의 이유로 이성을 통제할 수 있는 돌연변이 괴물. 그래서 인간과 괴물 상태의 변이가 자유롭다. 다시 첫 씬으로 돌아가 보자, 폐허가 된 스위트 홈에 반 괴물인 상태 주인공 차현수(송강)가 홀로 터벅터벅 걸어 나온다. 그는 약육강식 세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일까? 결말은 10화에 나온다. 그리고 시즌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드라마는 끝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그걸 시각화한 게 크리처물 <스위트홈>이다. 이 신선한 콘셉트로 K-크리처 물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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