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쉬룸 Feb 14. 2024

저출산이 문제인가?

출산에 대한 나의 생각

먼저 이 글은, 출산을 해본적이 없는, 앞으로도 출산의 기회가 있을지 확신이 없는 여성으로서, 그러나 출산을 한번은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작성하는 글이다. 

내 주위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은 많다. '결혼을 꼭 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는 있으면 좋을것 같아.' 라는 의견을 가진 여성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친구들도 있다. 


나 역시, 결혼은 잘 모르겠지만 나를 닮은 아이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세상에 다녀갔다는 흔적을 어디 한군데에 남겨두고 싶은 작지만 큰 소망이 있다. 


저출산은 국가적 시선에서 바라보면 당연히 문제가 맞다. 세금을 걷힐 인구가 줄어들고, 사회를 돌아가게 할 청년들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수한 존재이기 떄문이다. 


그럼 출산에 대한 내 개인적 시선은 어떨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이면 낳는 것이 인생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닮은 존재가 나를 향해 웃고, 한 인간의 생의 순간,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을 엄마라는 이유로,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나도 꼭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인적 소망과는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갈수록 줄어드는 일자리, 졸업하고 4년을 넘게 취업준비라는 명목 아래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는 대학 동기들, 결국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한 동기들도 있다. 대학교 4년이라는 기간동안 전공을 배우고, 취업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4년이상을 취업 '준비'만 하며 보낸 친구들이 정말 너무나 많다. 


그리고 아이를 양육할 환경이 너무나 좋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 구조는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 결국 아이는 엄마, 아빠 출근시간보다 이르게 어린이집을 가고, 엄마 아빠 퇴근시간보다 늦은 시간에 어린이집을 나온다. 

초등학교에 가면, 하교시간부터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비워진 공백은 학원 뻉뻉이로 채워진다. 더욱이 아이가 여자아이일 경우, 엄마들은 걱정이 한층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맞벌이로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학원을 여러개 보내려다 보면, 아이 한명에 부모 한명분의 월급이 고스란히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교육의 비용은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그 액수가 불어난다. 


기형적인 사교육 시장을 보고있자면, 이게 나와 미래의 내아이를 위해 행복한 환경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혹자는 외국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선진국도 선진국 나름의 학구열을 가진 도시는 그만큼의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알고있다. 


소중한 아이를 세상에 낳기까지도 고생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시점에서는 절망의 시기를 지내게 되는걸 옆에서 많이 보고 들어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는 한국에서 자라면서 행복했는가? 에 대한 물음을 던졌을때, 나는 대학교 졸업이후부터는 많이 불행했다고 답변할 수 있다. 


한국의 많은 기업은 사실 여성보다는 남성을 선호하는 것을 면접을 보면서 알게되었고 (요즘은 많이 달라졌을 수 있다. 내가 취업준비를 하던 8-9년 전까지는 확실히 남성을 선호했다.)

그리고 회사에 낙하산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나는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그동안 왜 그렇게 많은 회사들에 낙방했고, 서류조차 통과되지 않았는지..


직장 동기들 중에는, 회사에 재직중인 친척을 통해 서류를 통과한 동기, 아버지가 회사 임원인 동기, 아버지가 회사 부장인 동기, 아버지가 회사에 다녔던... 등등 어쩜 그렇게 낙하산과 연줄이 많은지 나는 그 떄 처음 한국에 대해 많이 실망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겪은 수많은 성희롱들. 그렇다고 외국에 나가면 이러한 것들이 없어질까? 나는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외국도 외국 나름대로의 사회적 구조는 이미 견고하게 쌓여있고, 이방인으로써 그 문화에 녹아들고 성과를 내는 것은 한국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내가 겪어왔던 모든 것들을 보고있자니 이것을 그대로 겪을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 미안한 것이다. 또한 AI의 등장으로 앞으로의 일자리는 더 줄어들고, 인구가 없어 아이들의 소득세는 점점 늘어날텐데, 내 미래도 보이지 않는데 아이들의 미래는 더 어둡다. 


아이를 낳고싶은 것은 본능이다. 그러나 본능을 억제할 만큼 사회적 환경이 좋지않다. 아이에게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니, 다시금 생각하고 진중하게 고민하게 된다.

부모도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불행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도 너무나 많다. 

차라리 일자리가 부족한 것보다는 저출산이 낫다는 편이다. 이렇게 적은 아이들조차 일할 곳이 없다면, 사회가 사회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떄가 온다면, 차라리 아이들이 없고 적게 있는 아이들이 대우받는 그런 세상이 오는게 차라리 낫다.


우리 개개인은 모두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행복할 수 있는 조건 중에 하나가 출산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출산을 하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런 사회가 온다면 인간은 결국 본능을 따라 아이를 낳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