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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룸 Feb 17. 2024

뜻 밖의 사람에게 받는 위로

cross the line

정말 뜻밖의 사람에게 받는 위로들이 있다. 전 직장에서 몇개월 봤던 동료, 학교 다닐 때 가끔 보던 친구, 어학연수 시절 집을 이사하다가 잠깐 대화한 한국친구. 등등.

이들은 나의 인생드라마에 조연의 역할도 아닐 것이다. 정말 '지나가는 인물' 정도의 느낌 그러나 지나가는 인물이 시간이 지나 나에게 큰 위로를 주는 인물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선을 넘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었기에, 내가 힘든 날 손을 건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줄곧 상대방의 인생에 발을 담그려고 한다. 혹자는 선을 넘을듯 말듯 하며 조언 아닌 조언을, 다른 이는 대놓고 선을 넘고선 '내 말을 듣고 이렇게 했어야지 바보야! 내 말을 안들어서 지금 그렇게 힘든거야' 하며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기도 한다.



나는 나의 인생에 선을 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한 때는 그 사람들의 말이 성경의 하느님의 말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마치 그들이 내 인생을 구원해줄 수 있는 '구원자'라고 여겨지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맹목적으로 지인을 믿다보면 결국 돌아오는건 자기파괴와 반성의 시간이다. '나는 왜 친구의 조언을 듣지 않았을까. 역시 내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을 끌고 온거야. 나는 너무 늦었어' 하는

자멸의 시간을 수백번, 수천번을 거치고 나면 그제서야 눈이 번쩍 뜨인다. 저 사람들은 내 인생의 귀인이 아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나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게되는 시기가 온다. 힘듦과 괴로움을 타인에게 털어놓아봤자 해결되는 것은 없다. 오히려 '괜히 말했나'하는 걱정과 함께 고민은 눈덩이를 굴려 거대한 눈사람을 만들어 내 마음의 문을 막아버린다. 내 마음이 문을 열고 나에게 말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잠시 지내다 보면, 나를 곁에서 지켜보았지만 손을 내밀지 못했던 이들이 다가와 말을 건다. '하고 싶은일 하면서 사는거 참 멋져보여, 글은 잘 쓰고 있어?, 책은 출간했지?, 역시 너는 잘 해낼 줄 알았어.' 타인의 인생을 멀리서만 지켜보며 마음 속으로 응원하다가, 가끔씩 건네는 말들. 그러나 진심으로 나를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말들.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믿어주면서 묵묵히 바라보는 그런 사람들이 내 인생의 '귀인'은 아닐까?

물질적으로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 내 마음의 기둥을 단단하게 세우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들.

짧은 문장에도 따듯함이 들어가 있는 그런 말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인생의 방향을 지시하지 않는 사람들. 그저 내가 가는 방향을 지켜만 보다가 응원하고 있었다는 말을 건네주는 사람들.


가까운 가족보다, 오래된 친구보다, 스쳐지나갔던 지인들, 큰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인연들에게서 나는 뜻 밖의 위로를 얻고 힘을낸다.


그리고 나도 그런 귀인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한다. 선을 넘지 않고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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