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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룸 Feb 28. 2024

먹고 사는 능력

이 곳은 자본주의

30대를 지나면서 부터, 한 때 '시집을 잘 갔다.'는 소리를 들을만한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20대 때는 그 길을 가려면 갈 수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깊은 고민 끝에 나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30대가 지나면서부터 이제는 더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자본주의에서 태어난 이상, 먹고 살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이다. 나는 사랑을 믿지만 믿지 않는다. 남녀가 둘이 만나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이성적 사랑에 빠지는 것은 믿지만, 사랑만 가지고 타인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밤샘 야근으로 몸이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올 떄면, 회사에서 팀원과 신경전을 벌일 때면, 

'그 떄 시집갔으면 좋았겠다.' 하고 생각했다. 물론 다음날이 되면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말이다. 그 때 그 결정을 했다면 나는 야근은 하지 않지만 하루종일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의 경제적 능력을 키우기 보다는 가정이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데에 나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감정을 보살피기 보다는 남편, 자식의 감정을 보살피는 데에 힘을 쥐어짰을 것이다. 물론 그게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그 굴레에 들어갔으면 우울했을 것이 분명한 것만은 안다. 


살면서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경제력이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봐왔다. 그들은 지인의 부모님이기도 했고, 드라마 속 주인공이기도 했다. 여전히 어딘가에 이런 가정은 존재할 테다. 누군가를 만나서 사람을 하나 만들어내기 보다는, 지금 있는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도 좋은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왕성했던 사회활동은 적어지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줄어들 것이다. 아직 30대임에도 나는 그 시기가 두렵다. 그 때의 상실감을 대비하기 위해서 나의 가정을 이룰수도 있겠지만, 정말 가정을 이루는 것이 정답일까? 에 대한 고민이 많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사랑을 주고 받는 관계가 탄탄하게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면 그 속에서 큰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나의 삶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 머리속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이것 저것 다 시도해본다. '그 떄 해 볼걸.' 이 아닌, '해봤으니 됐다.' 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내가 이뤘던 것들을, 코칭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여자도 돈이 있어야한다.' 고 말한다. 나는 그것은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성인이 되어서는 각자의 인생을 꾸려나갈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바로 서야한다. 지금의 나는 타인을 사랑하기 보다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있다. 나를 사랑하는 데 서투르지만 나를 더 사랑해주고 싶다.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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