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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룸 Mar 16. 2024

아무것도 안하는 날도 있어야지

강박에서 벗어나자.

얼마전 핸드폰에서 10년전 사진 알람이 떴다. 10년 전, 2014년도에 나는 스페인에서 여유를 만끽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 도착해서는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여유로운 모습에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만 같은 그 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여유를 즐기면서도 계획을 세워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가, 최근 집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나서야 나는 다시 스페인에서의 생활이 떠올랐다. 돌아가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나를 맡겨 살아가고 싶었다. 


집을 사려고 했던 나의 목표는 올해 무산되었다. 내가 살 수 있는 가격대 중에서 사고싶은 집이 없었다. 앞으로 몇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디딤돌 대출은 더이상 불가할 것 같아 일반 주택자금대출로 집을 구매하는 것으로 목표를 변경했고, 한국부동산에 꼭 투자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계속 들고 있다. 내가 부동산을 구매할 것인지, 부동산 대신 수익률이 더 좋은 곳에 투자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중이다. 


이사갈 전세집은 아파트로 구했다. 2억에 가까운 돈을 전세금으로 넣어야 하는 것이 조금은 싫다. 전세금을 다른 곳에 투자를 하면 더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어쨌든 안전을 위해서 아파트로 이사가는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을 한다. 2년을 계약했고, 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총 4년을 살 수 있다. 4년간 부동산 구매에 대해 조금 더 깊게 고민을 해봐야겠다. 혹시라도 내가 그 사이 해외지사로 발령이 날 수도 있으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니까 나는 아무것도 안하는 날도 있었음 하지만 머리 속에서는 너무나 많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몸은 움직이지 않더라도 뇌는 항상 과부하에 시달린다. 


가만히 있으면 나는 불안하다. 이런 때는 자식들에게 정신을 쏟으며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 부럽다가도, 여유롭게 늦잠을 자도 내 일상은 평온하구나.하는 양가 감정이 올라온다. 오늘도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 뭐 하지.' 하며 생각했다. 딱히 일정이 있지는 않지만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불안과 초조에 빠져 살 내 자신을 알기에 나의 감정을 글로 남겨본다. 글을 쓰는 것 만으로도 많은 생각이 정리가 되고 뿌듯함이 몰려온다. 나만의 소확행은 브런치에 글 쓰는 것도 포함되나 보다. 


나는 결국 오늘도 무언가 하나를 했다. 아침에는 이사갈 집에 들여놓을 세탁기와 냉장고를 봤다. 이사를 하고 생활이 조금 안정되면 그 때 본격적으로 여행계획도 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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