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짜리 기사

<핵개인사회> 25화

by 신 작가 수달샘

윤호는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집 안은 조용했고,

그 조용함은

이제 소리라기보다

배경에 가까웠다.


숨을 의식하지 않듯,

조용함도

더 이상 확인하지 않는 상태였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을 때

알림 하나가 상단에 떠 있었다.


속보.


윤호는 별다른 생각 없이 알림을 눌렀다.

“개인 AI는 관계를 대체하지 않는다”
—한국AI 윤리연구소 내부 자료 일부 인용


기사라기보다는

메모에 가까운 글이었다.


문장은 짧았고,

맥락은 없었다.


누군가 급하게 정리해 올린 요약처럼,

말만 남아 있었다.


윤호는 스크롤을 내렸다.


관계 약화는

기술 이전부터 이미 진행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 문장은 윤호의 문장이었다.

회의실에서, 보고서 초안에서,

몇 번이나 반복해 말했던 문장.


하지만

윤호의 말투는 아니었다.


어딘가 잘린 문장,

부드럽게 모서리가 깎인 문장.


의도는 사라지고,

방향만 남아 있었다.


윤호는 기사 하단을 확인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 검토 문서 중 일부…’


이름은 없었다.
말은 있었지만,

말한 사람은 지워져 있었다.


윤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말은 이렇게 이동한다.


의도 없이,

설명 없이,

책임만 남긴 채.


그 순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회사 단체방이었다.


“이거 우리 쪽 말 맞죠?”


“기사 떴어요.”


“내일 오전에 정리 필요할 듯.”


윤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아의 방문을 바라봤다.
문은 닫혀 있었고, 불빛은 켜져 있었다.


서아는

아직 아무 기사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이미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윤호는 미라의 방 쪽을

한 번 더 보았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불은 꺼져 있었다.


오늘은 누구도 이 문장을

집 안으로 가져오지 않았다.
하지만 윤호는 알고 있었다.
내일은 그럴 수 없다는 걸.


말은 이미 집 밖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 작가 메모


말은

한 번 밖으로

나가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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