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가족이 무너진다’

<핵개인사회> 26화

by 신 작가 수달샘

서아가 휴대폰을 든 것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이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
화면 위에 떠 있는
뉴스 요약 문장이
눈을 붙들었다.


“개인 AI는 관계를 대체하지 않는다.”


한국연구AI 윤리연구소 내부 분석이라는
짧은 문장이었다.


서아는 스크롤을 내리다가
손가락을 멈췄다.


그 문장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계 약화는
기술 이전부터 진행 중이었다.”


활자로 적힌
그 문장은
아빠의 말투와
묘하게 닮아 있었다.


하지만
뉴스 속 문장은
아빠가 집에서 말하던 것보다
훨씬 단단했고
훨씬 차가웠다.


부엌에서
물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윤호였다.


아침 준비를 하는
작은 소리들이
집 안을 채우고 있었다.


서아는
부엌으로 가지 않았다.


아빠에게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딱히 들지 않았다.


'이거 아빠가 쓴 거야?'


그 질문은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어른들의 말은
대개
아이들의 안부보다


뉴스 기사로
먼저 도착했으니까.


“아침 먹고 가.”


윤호의 목소리가
부엌에서 들렸다.


“응.”


서아는
짧게 답했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시 본 기사에는
댓글이 수없이 달려 있었다.


‘AI 때문에 가족이 무너진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한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문장을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서아에게 그것은
토론이 아니었다.


이미
어딘가에서
내려진 결론처럼

느껴졌다.


교문 앞에서
지민이 휴대폰을 들고
같은 기사를 보여주었다.


“이거
너 아빠 연구소 아니야?”


서아는
잠깐 화면을 보고


“아마.”

짧게 말했다.


그 말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교실 문이 열리고
각자의 화면이 켜지며


기계적인 소음과 함께
하루가 시작되었다.


서아는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넣었다.


어른들이
이 차가운 문장들을


언제
집으로 가져올지


혹은


영영
가져오지 않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오늘

서아는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 작가 메모


아이들은

설명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침묵 속에서

모든 문장을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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