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마음
오늘은
조금 늦은 마음이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뒤늦게 떠오른 말이었고,
그때는 하지 못했던 생각이었다.
지금 꺼내기엔
타이밍이 어긋난 것 같아
입 안에서
몇 번이나 맴돌다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마음이었다.
예전의 나는
이런 마음을
쓸모없다고 여겼다.
늦었으면
없는 걸로 치는 게 맞고,
이미 끝난 일은
다시 들추지 않는 게
성숙한 태도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믿었고,
제때 말하지 못한 마음은
조용히 폐기해야 할
잔여물처럼 다뤘다.
그래서
늦게 도착한 마음은
대부분 혼자서 정리했다.
괜찮은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그냥 넘겼다.
말하지 않아도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었고,
표정 하나 더 얹는 일쯤은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마음을
함부로 지우지 않았다.
비록 늦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분명 필요했을 감정이었을 테니까.
말하지 못했을 뿐,
느끼지 않은 건
아니었으니까.
조금 늦은 마음은
대개
오래 참고 남아 있다.
급하게 소리치지 못한 대신
안쪽에서
천천히 쌓인다.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버틴 채로
시간을 건너온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쉽게
무시된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지워진다.
오늘의 나는
그 마음을
서둘러 결론 내리지 않았다.
지금 당장
쓰이지 않는다고 해서
의미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감정이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늦은 마음에도
자리 하나쯤은
남겨두기로 했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지 않아도,
존재했다는 사실만은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 마음이
나를 지나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선택 덕분에
오늘은
조금 덜 거칠어졌다.
나를 스쳐 간 감정들을
모두 외면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남았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정직한 하루였다.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지금의 나에게
도착한 마음이니까.
그 정도면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