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둔 마음 하나
오늘은
미뤄둔 마음이 하나 있었다.
없어진 건 아니었다.
잊은 것도 아니었고,
어디로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만 오늘은
그 마음을 꺼내지 않았을 뿐이다.
예전의 나는
미뤄두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마음이 남아 있으면
언젠가는 더 무거워질 것 같았고,
그 전에 해결해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준비가 되지 않았어도
말을 먼저 꺼냈고,
정리가 되지 않았어도
서둘러 결론을 만들었다.
그때의 나는
정리했다기보다
덮어버린 경우가 더 많았다.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였지만
마음은 늘
조금 뒤에서
따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뤄둔 마음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았다.
지금 말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조금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마음이
당장 다뤄질 필요는 없다는 것,
지금의 나에게는
그걸 감당할 힘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것도.
오늘의 나는
그 마음을
잠시 옆에 두었다.
덮어두지도 않았고,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냥
지금은 아니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미뤄둔다는 건
도망이 아니라
순서를 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에게
지금 감당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일.
그 선택이
약함으로 보일까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은
나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모든 걸 다 끌어안고
오늘을 버티는 것보다,
하나쯤은
내일로 넘기는 용기가
지금의 나에게는
더 필요했다.
미뤄둔 마음 하나 덕분에
오늘은
조금 덜 흔들렸다.
하루가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언젠가
그 마음을 다시
마주하게 되더라도
오늘의 선택이
틀렸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하루를 접는다.
그 정도면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