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더 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조금만 더 앉아 있으면
몇 가지는 더 끝낼 수 있었고,
조금만 더 버티면
오늘을 지금보다
조금 더 길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조금’이
오늘의 나를
내일까지 끌고 갈 것 같았다.
예전의 나는
이럴 때마다
끝을 보려고 했다.
여기서 멈추면
미완성처럼 느껴졌고,
오늘을 덜 살았다는
기분이 남았다.
그래서
힘이 남아 있는지 없는지와
상관없이
항상 다음을 불러왔다.
오늘을 끝내지 못한 채
내일을 먼저 당겨왔다.
하지만 오늘은
그 부름을
받지 않았다.
여기까지면
충분하다는 말을
누군가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먼저 건넸다.
멈춘다는 건
포기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요즘에서야 알게 된다.
포기는
방향을 잃는 일이지만,
멈춤은
지점을 정하는 일에
가깝다.
오늘의 나는
그 지점을
조금 일찍 정했을 뿐이다.
더 하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나온 시간들이
제자리에 놓이는
느낌이 들었다.
해야 할 것들과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조용히 갈라졌고,
하루는
그 구분만으로도
충분히 정리됐다.
하루를 끝내는 말은
언제나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오늘은
알 것 같았다.
“내일 다시 하자”보다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말이
지금의 나에게는
조금 더 맞았다.
그래서 오늘은
다음으로 가지 않았다.
조금 더 가지 않아도 되는
지점에서
멈췄다.
그 선택이
게으름도 아니고,
회피도 아니고,
물러섬도 아니라는 걸
나는 안다.
오히려
오늘을 오늘로
끝내겠다는
의지에 가까웠다.
하루를 다 써야만
잘 산 것은 아니고,
다 채우지 않았다고 해서
비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여서
충분했다.
그 정도면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