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변화
오늘은 아주 작은,
정말이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미세한 변화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할 만큼
거창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거울 속 내 표정이
단숨에 달라질 정도의
드라마틱한 순간도 아니었다.
지루한 하루의 궤도를
통째로 바꿔놓을 만한
대단한 계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예전 같았으면
조금 더 스스로를 몰아붙였을
어느 찰나에,
오늘은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그 차이는
너무나 미미해서
나조차 기억의 한구석에
잠시 놓아두면
금방 휘발되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예전의 나는
변화를 항상
눈에 띄게 만들고 싶어 했다.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증거,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확실한 흔적.
그래야만
나 스스로를
비로소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변했다는 확신이 없으면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아
늘 불안함이 앞섰다.
하지만 오늘의 변화는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고,
자랑할 수도 없었으며,
굳이 말로 꺼내놓을
이유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는
내 안에서
분명히 숨 쉬고 있었다.
억지로 참으려다
결국 참지 않기로 결정한 순간,
괜찮은 척 웃어 보이려다
솔직한 침묵을 택한 선택,
그리고 저녁 무렵
“오늘은 이쯤이면 됐다”라고
나지막이
스스로를 다독여준 일.
이 모든 과정은
아무도 보지 않았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행위였다.
하지만
그 작고 소박한 선택들 덕분에
나의 소중한 하루는
평소보다
조금 덜 닳았다.
마음의 가장자리가
헤지지 않고
매끄럽게 보존된 기분이었다.
변화라는 것이
항상 거창하거나
눈부실 필요는 없다는 걸
요즘 들어
아주 조금씩 배워간다.
타인의 눈에 띄지 않아도,
당장 눈앞에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도,
내 마음 안에서
아주 미세하게
방향만 바뀌어도
그걸로 충분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도,
걷는 걸음걸이도,
마주하는 풍경도
어제와 비슷했다.
하지만 분명
어제와 똑같지도 않았다.
나는 그 한 끗 차이를
타인에게
굳이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알아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도
전혀 상관없었다.
오직 나만 알고 있다면
그것으로 완벽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그 작은 변화 하나를 품고
오늘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흘러갔다.
애쓰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나를 몰아세우지 않아도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하루였다.
그 정도면 되었다.
오늘의 나는
정말이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