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사회> 30화
아침은
제목으로 시작됐다.
윤호의 휴대폰에는
같은 기사에서
서로 다른 제목이
연달아 떠올랐다.
“개인 AI, 관계 약화의 신호탄?”
“연구원 ‘침묵은 중립 아니다’ 발언 파장”
“AI는 무죄, 인간이 문제?”
본문은
대체로 비슷했다.
문장은
윤호의 말에서 왔고,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흩어졌다.
윤호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화면을
무심히 훔쳐보았다.
누군가는
제목만 읽고 넘겼고,
누군가는
본문보다 먼저
댓글을 열어보았다.
말은 이미
사람들의 하루 속으로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로비 스크린에도
뉴스 요약이
흘러가고 있었다.
윤호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했다.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문장들이 아니라
제목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회의실 앞에서
동료가 말을 걸었다.
“제목, 좀 세게 뽑혔네요.”
윤호는
잠시 멈췄다.
“말은 그대로인데요.”
동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죠.”
회의는
짧게 끝났다.
결론은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야기의 중심이
바뀌어 있었다.
윤호의 말이 아니라,
윤호의 제목이
논의되고 있었다.
점심시간,
윤호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식히고 있었다.
테이블 너머에서
누군가가
그 기사를 이야기했다.
“난 맞는 말 같아.”
“근데 왜 굳이 지금이야?”
윤호는
고개를 숙인 채
컵을 천천히 돌렸다.
말은
질문을 만들고,
제목은
편을 만든다.
집에 돌아왔을 때
미라는
종이 신문을 접고 있었다.
“제목이 좀 달라졌네.”
“응.”
윤호는
짧게 답했다.
“그래도
당신 말은 남아 있어.”
미라는
신문을 접어
테이블 한쪽에 두었다.
잠시 후
서아의 방문이 열렸다.
서아는
거실을 한 번 둘러보고
조용히 말했다.
“학교에서도
얘기 나왔어.”
윤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제목 말고
아빠 말로 얘기한 애는
없더라.”
서아의 말은
짧았지만
길게 남았다.
그날 밤,
윤호는
노트를 펼쳤다.
새 문장을
쓰지 않았다.
대신
제목이 없는 페이지를
한 장 남겼다.
말이
제목보다 느려지는 자리.
윤호는
그 자리를
지키고 싶었다.
✍️ 작가 메모
제목은
말을 앞서가지만,
말은
결국 사람에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