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말하는 법

<핵개인사회> 31화

by 신 작가 수달샘

교실에는
토론 주제가
적혀 있었다.


기술은
관계를
바꾸는가.


선생님은
손을 들라고 하지 않았다.
그냥
말하고 싶은 사람이
말하라고 했다.


잠깐의 침묵.
키보드 소리 몇 개.
의자 끄는 소리.


“저는
바꾼다고 생각해요.”


앞자리 아이가 말했다.

근거는
기사 제목이었다.


“전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아이가
댓글을 인용했다.


말들은
이미
어른들로부터
배포된 상태였다.


서아는
노트를 펼쳤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페이지였다.


지민이
옆에서
작게 물었다.


“너는?”


서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잠시 후,
선생님이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겠죠.”


서아는
그때
손을 들었다.


말을 꺼낼 때
서아는
제목을 쓰지 않았다.


“저는…
바꾸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몇 개의 시선이
서아에게로
모였다.


“대신
이미 있던 걸
보이게 하죠.”


교실이
조용해졌다.


서아는
계속했다.


“그래서
기술이 생기고 나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문제가
이름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누군가
웃지도,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그 침묵은
반박을 찾는
침묵이었다.


서아는
한 문장을
덧붙였다.


“아무 말도 안 하면,


다른 사람이
대신 말해요.”


그 말은
교실을
찔렀다.


선생님이
천천히 말했다.


“좋은 표현이네.”


서아는
앉았다.


종이 울렸고
아이들은
각자의 화면으로
돌아갔다.


지민이
속삭였다.


“그 말,
어디서 들었어?”


서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집.”


그날 오후,


서아는
집에 와서
가방을 내려놓았다.


윤호는
부엌에 있었고,

미라는
창가에 서 있었다.


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집에는
오늘
새 문장이
하나 더 놓였다.


✍️ 작가 메모


말을

그대로 옮기는 건
반복이고,

다르게 말하는 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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