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사회> 32화
미라는
같은 시간에
같은 카페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창가가 아닌
안쪽 자리였다.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곳.
주문은
늘 같았다.
설명할 필요 없는 메뉴.
컵을 받아 들고
미라는
의자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사람이 앉아도
눈에 띄지 않는 자리.
대신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자리.
미라는
가방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꺼냈다.
기사는
더 늘어 있었다.
제목도,
해석도.
하지만
스크롤을 멈췄다.
읽지 않았다.
오늘은
말을
집으로 가져갈 생각이
없었다.
대신
자기가 앉을 자리를
확인하고 싶었다.
카페 안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지만
서로를 보지 않았다.
각자
자기 테이블,
자기 화면,
자기 속도.
미라는
이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집에서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문이 닫히고,
불이 켜지고,
각자의 자리가
유지되는 구조.
차이가 있다면
여기는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미라는
노트를 꺼냈다.
아무 제목도
쓰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적었다.
집 밖에
자리가 필요하다.
그 문장을
두 번 읽고
줄을 그었다.
집 안에서
말을 꺼내는 건
항상
누군가의 역할이 되었지만,
밖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미라는
커피를 마셨다.
쓴맛이
조금 늦게 왔다.
그게 좋았다.
카페 문이 열리고
사람 하나가
들어왔다.
미라는
무의식적으로
의자를
조금 더 안쪽으로
당겼다.
이 자리는
지금
자기 자리였다.
미라는
알고 있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면
윤호가
무언가를 물어볼지도 모른다는 걸.
서아도
아무 말 없이
지나갈지도 모른다는 걸.
하지만 오늘은
이 자리만으로
충분했다.
말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말을
어디서 할지를
선택하는 날이었다.
미라는
컵을 비우고
노트를 덮었다.
나가며
그 자리를
한 번 더 돌아봤다.
의자는
비어 있었고,
아무도
그 자리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미라가 원하던 방식이었다.
✍️ 작가 메모
어떤 선택은
말로 하지 않아도
자리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