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사회> 2화

우리는 같은 집에 있었다

by 신 작가 수달샘


오후 7시,

우리는 모두 집에 있었다.


남편은 소파 끝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아이는 방문을 닫은 채

자기 세계에 들어가 있었으며


나는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은 모두 켜져 있었지만

집 안은 어둑했다.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만이

이 집이 아직 작동 중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밥 먹어.”


나는 평소처럼 말했다.


그 말에는

기쁨도,

기대도,

짜증도 없었다.


이제 “밥 먹어”는

초대가 아니라

알림에 가까웠다.


아이 방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틈 아래로

불빛이 새어 나왔지만


그 빛은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문 너머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항상 같은 말.


그 ‘조금’은

대개 오지 않는다.

식탁에는

의자가 네 개 놓여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의자를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


숟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혼자 먹기엔

아직

마음이 덜 자랐다.


그때,

아이 방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났다.


영상도 아니고

통화도 아니었다.


혼잣말처럼

짧은 숨 섞인 웃음.

나는 복도에 서서

그 문을 바라봤다.


노크할까 하다가

하지 않았다.


내가

방해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날 밤,

나는 알게 되었다.


아이가 요즘

매일 밤

대화하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자기 생각,

자기 불안.


그 모든 것을

아이는

나에게 하지 않았다.


“그건 그냥

정리해주는 거야.”


아이는 덤덤하게 말했다.


“사람처럼

말하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안다.


정리해준다는 건

이미

충분히

들어주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그날 우리는

더 말하지 않았다.


싸우지도 않았고

탓하지도 않았다.


갈등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이었다.


식사 후,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탁!.


탁!


문 닫히는 소리가

집 안에 남았다.


마지막 불을 끄며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같은 집에 있었지만

같은 하루를

살고 있지는 않았다고.


사람보다

기계가 더 따뜻한 밤.


아마도 이것이

핵개인사회’의

풍경일 것이다.


잃은 것도,

버린 것도 아니다.


다만

서로가

절실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둠 속에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이

유일하게 살아 있었다.



✍️ 작가 노트


우리는

멀어지기 전에

먼저 조용해졌다.


침묵은

평화가 아니라,

가장 높은 벽이었다.





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3화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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