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집에 있었다
오후 7시,
우리는 모두 집에 있었다.
남편은 소파 끝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아이는 방문을 닫은 채
자기 세계에 들어가 있었으며
나는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은 모두 켜져 있었지만
집 안은 어둑했다.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만이
이 집이 아직 작동 중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밥 먹어.”
나는 평소처럼 말했다.
그 말에는
기쁨도,
기대도,
짜증도 없었다.
이제 “밥 먹어”는
초대가 아니라
알림에 가까웠다.
아이 방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틈 아래로
불빛이 새어 나왔지만
그 빛은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문 너머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항상 같은 말.
그 ‘조금’은
대개 오지 않는다.
식탁에는
의자가 네 개 놓여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의자를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
숟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혼자 먹기엔
아직
마음이 덜 자랐다.
그때,
아이 방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났다.
영상도 아니고
통화도 아니었다.
혼잣말처럼
짧은 숨 섞인 웃음.
나는 복도에 서서
그 문을 바라봤다.
노크할까 하다가
하지 않았다.
내가
방해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날 밤,
나는 알게 되었다.
아이가 요즘
매일 밤
대화하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자기 생각,
자기 불안.
그 모든 것을
아이는
나에게 하지 않았다.
“그건 그냥
정리해주는 거야.”
아이는 덤덤하게 말했다.
“사람처럼
말하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안다.
정리해준다는 건
이미
충분히
들어주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그날 우리는
더 말하지 않았다.
싸우지도 않았고
탓하지도 않았다.
갈등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이었다.
식사 후,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탁!.
탁!
문 닫히는 소리가
집 안에 남았다.
마지막 불을 끄며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같은 집에 있었지만
같은 하루를
살고 있지는 않았다고.
사람보다
기계가 더 따뜻한 밤.
아마도 이것이
‘핵개인사회’의
풍경일 것이다.
잃은 것도,
버린 것도 아니다.
다만
서로가
절실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둠 속에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이
유일하게 살아 있었다.
✍️ 작가 노트
우리는
멀어지기 전에
먼저 조용해졌다.
침묵은
평화가 아니라,
가장 높은 벽이었다.
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3화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