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사회>3화

서아 아빠

by 신 작가 수달샘

“서아 아버님 되세요?”


그렇게 불렸을 때,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 이름이 아니라

아이의 이름 뒤에

붙은 호칭.


서아 아빠.

그건

이 학교에서

내가 맡은

유일한 역할 같았다.


복도는 조용했다.


아이들의 소음은

모두 문 뒤에 있었고


내 발자국 소리만

뚜벅뚜벅

울렸다.


교실 문 옆에

붙은 이름표.

-

[서아]


매일 부르는 이름인데

이상하게

낯설었다.


선생님은 말했다.


“서아는

혼자서

잘 정리해요.”


그 말이

칭찬인지

경고인지

알 수 없었다.


혼자 정리한다는 건,


나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학교 다녀왔어.]


답장은 짧았다.


[응,

알아.]


집에 와도

서아는

방에 있었다.


닫힌 문.


그 안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도,

기계도 아닌

정확한 위로의 말.


아이는

AI에게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문고리를 잡았다가

놓았다.


서아 아빠’라는

이름만으로는

이 문을

열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날 밤,

서아가 말했다.


“아빠.

혼자인 게

괜찮아.”


그 말은

설명이 아니었다.

-

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름이 불린다고

관계가

시작되는 건

아니라는 걸.


서아는 이미

나 없이도

완성된 세계에

살고 있었다.



✍️작가 노트


이름은 남고,

역할은 사라진다.


우리는

호칭으로만 연결된 채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 관계의 다음 장면은
4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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