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 아빠
“서아 아버님 되세요?”
그렇게 불렸을 때,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 이름이 아니라
아이의 이름 뒤에
붙은 호칭.
서아 아빠.
그건
이 학교에서
내가 맡은
유일한 역할 같았다.
복도는 조용했다.
아이들의 소음은
모두 문 뒤에 있었고
내 발자국 소리만
뚜벅뚜벅
울렸다.
교실 문 옆에
붙은 이름표.
-
[서아]
매일 부르는 이름인데
이상하게
낯설었다.
선생님은 말했다.
“서아는
혼자서
잘 정리해요.”
그 말이
칭찬인지
경고인지
알 수 없었다.
혼자 정리한다는 건,
나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학교 다녀왔어.]
답장은 짧았다.
[응,
알아.]
집에 와도
서아는
방에 있었다.
닫힌 문.
그 안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도,
기계도 아닌
정확한 위로의 말.
아이는
AI에게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문고리를 잡았다가
놓았다.
‘서아 아빠’라는
이름만으로는
이 문을
열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날 밤,
서아가 말했다.
“아빠.
난
혼자인 게
괜찮아.”
그 말은
설명이 아니었다.
-
선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름이 불린다고
관계가
시작되는 건
아니라는 걸.
서아는 이미
나 없이도
완성된 세계에
살고 있었다.
✍️작가 노트
이름은 남고,
역할은 사라진다.
우리는
호칭으로만 연결된 채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 관계의 다음 장면은
4화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