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에 대하여
교실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종이 울리고도
한참이 지난 뒤.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가만히 있는 시간.
그 시간은
대개 기록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지 않았고,
지도가 필요하지 않았고,
보고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을
‘아무 일도 없는 시간’으로
쉽게 넘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시간에
가장 많은 말을 한다.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표정으로,
몸의 방향으로,
시선이 머무는 자리로
자기 상태를 드러낸다.
아이의 말은
항상 문장으로 오지 않는다.
“몰라요.”
“그냥요.”
“아무 생각 없어요.”
그 짧은 말들 사이에는
정리되지 않은 마음과
말이 되지 못한 생각이
겹겹이 놓여 있다.
어른은
그 마음을
너무 빨리 해석하고,
너무 빨리 가르치려 하고,
너무 빨리 결론을 낸다.
그래서
아이의 말은 점점 줄고,
침묵은 길어진다.
이 글은
아이를 바꾸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에
어른이
어떻게 서 있었는지,
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돌아보는 기록이다.
아이의 말이
시작되기 전,
이미 도착해 있던 표정과
그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교사의 자리.
가르치지 않아도
되었던 순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시간,
그저
사람으로
함께 있었던 장면들을
조용히 적어 둔 글이다.
아이의 말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다.
조금 덜 다그치기를,
조금 늦게 묻기를,
조금 덜 완벽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은
그 말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기록은
아이에게 가는 답이 아니라,
어른에게 돌아오는
잠깐의 여백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