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범위입니다

<핵개인사회> 23화

by 신 작가 수달샘

상담실은

생각보다 밝았다.


윤호는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이 자리는 늘 어색했다.

말을 해야 하는 곳인데
무엇을 말해야 할지는
항상 불분명했다.


“서아는요,

전반적으로 문제 행동은 없습니다.”


상담교사는 차트를 넘기며 말했다.
목소리는 차분했고,
훈련된 위로처럼 안정적이었다.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 참여도는 평균 이상이고,
또래 관계도 크게 문제되지 않아요.”


또래 관계.
그 말이 윤호의 귀에
조금 오래 남았다.
서아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혹은 지내는 척을 하는지에 대한
구분은
그 말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상담교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윤호는 그 짧은 멈춤이
무엇을 예고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윤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 다 그래요.”


상담교사는 곧바로 덧붙였다.
마치 앞선 문장을
빠르게 덮으려는 것처럼.


“혼자 있어도 불안해하지 않고,
자기만의 루틴이 있는 아이들이
늘었거든요.”


정상 범위.


그 말이 윤호의 머릿속에서
정리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정상이라는 말은
안심을 주지만,
동시에 더 묻지 말라는
신호처럼 들렸다.


“집에서는 어떠세요?”


상담교사가 물었다.


윤호는 대답을 고르느라
잠시 침묵했다.


집에서는
불이 하나만 켜지고,
문들이 닫혀 있고,
각자의 속도가 다르다.


그 풍경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윤호는 알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윤호는 결국
그렇게 말했다.


상담교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더 이상 개입할 건 없겠네요.”


개입.


윤호는 그 단어가
회사에서 쓰이는 방식과
여기서 쓰이는 방식이
이상하게 닮아 있다고 느꼈다.


문제가 없으면 개입하지 않는다.
정상 범위면 지켜본다.


“혹시
부모님이 불안하신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윤호는 고개를 저었다.

불안은
문제가 아니고,
문제가 아니면
기록되지 않는다.


상담실을 나서며
윤호는 복도를 걸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렸고,
교실 문들은 닫혀 있었다.


그 문들 안에서
각자의 하루가
정상 범위로 분류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윤호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서아는 정상 범위 안에 있고,
그렇다면
이 집도 정상 범위 안에
있는 걸까.


아니면
정상이라는 말이
너무 넓어져서
아무것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걸까.


학교를 나서며
윤호는 휴대폰을 꺼냈다.
루프의 알림은 없었다.


오늘은
그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 작가 메모


정상이라는 말은
가장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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