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조용해서 좋아.

<핵개인사회> 22화

by 신 작가 수달샘

서아는
학교가 끝난 뒤 지민의 집에 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둘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다.
침묵이 설명을 대신하는 나이였다.


문을 열자
집 안은 정돈되어 있었다.
사람이 적은 집 특유의
깔끔함이 느껴졌다.
물건은 많지 않았고,
생활의 흔적은 최소한으로만 남아 있었다.


“신발 아무 데나 둬.”


지민이 말했다.


서아는 현관 한쪽에
신발을 벗었다.
정해진 자리는 없었지만
어긋난 느낌도 들지 않았다.


거실에는 TV가 있었지만
켜져 있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는
과자 봉지가 하나 열려 있었고,
누군가 급히 치운 흔적도
막 준비한 흔적도 없었다.


“부모님은?”


서아가 물었다.


“각자.”


지민은 그렇게만 말했다.

어디에 있는지는
덧붙이지 않았다.
그 말에는 설명도,
숨김도 없었다.


서아는 소파 끝에 앉았고
지민은 바닥에 앉았다.
같은 공간이었지만
굳이 나란히 앉지 않았다.
서로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는 방식에
둘은 이미 익숙해 보였다.


“너희 집은?”


지민이 물었다.


“비슷해.”


서아는 짧게 답했다.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더 묻지 않아도
대충의 풍경은
서로 그려졌을 것이다.


잠시 후
지민이 말했다.


“이 집,
조용해서 좋아.”


그 말에는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
불평도 아니었고,
자랑도 아니었다.
사실을 말하듯
담담했다.


서아는
그 말을 속으로
한 번 더 되뇌었다.


조용해서 좋다.


집이 조용하다는 건
누군가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다.
어른들이라면
걱정부터 떠올릴 말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지민은 휴대폰을 꺼내
이어폰을 꼈고,
서아는 그 옆에서
과자를 하나 집었다.

말은 없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각자는
자기 속도로
같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너네 부모님
싸우셔?”


지민이
갑자기 물었다.


서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안 싸워.”


“그럼

괜찮은 거 아냐?”


지민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서아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괜찮다는 말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서아는 아직
잘 몰랐다.


해가 조금 기울었을 때
서아는 일어났다.


“벌써 가?”


“응.”


문 앞에서
지민이 말했다.


“다음에 또 와.”


약속처럼 들렸지만

확정은 아니었다.
그래서
부담도 없었다.


집을 나서며
서아는 한 번 더
그 집을 돌아봤다.


조용했고,
문제 없어 보였고,
어른들이 보면
이상하다고 말할
풍경이었다.


서아는 걸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세대에게

조용한 집은
문제가 아니라
조건일지도 모른다는 걸.



✍️ 작가 메모


어떤 집은
무너진 게 아니라
이미
다른 기준으로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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