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과의 상담
로스쿨 입시에서 형식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일반적으로 공개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이는 법학적성시험, 포스트리트(자기소개서, 면접 등)가 가지는 특징에서 더욱 심화된다.
먼저, 법학적성시험에는 '일반적인 공부방법'이란 없다. 누구는 전날에 진탕 술을 먹고 다음날 아침에 시험을 봐도 초고득점이 나오고, 누구는 1년 내내 공부해도 매년 로스쿨 자체를 진학할 수 없는 정보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전자와 후자가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후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점수를 올리고 싶다 보니 자신을 가르쳐줄 '고득점자' 선생님이 필요하므로, 시장(학원)에서는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득점자' 선생님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 고득점자 선생님도 낮은 점수가 나오는 모든 사람 각각에 맞춰서 다른 강의를 할 수 없으므로 일반적인 강의를 한다. 이는 '저득점자가 점수를 올리기 위한' 공부방법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저득점자는 계속 점수를 올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리트 점수는 정해져 있다는 '리트신수설'이 떠돌아다니게 된다.
이는 법학적성시험이 근본적으로 '적성시험'이라는 것에서 기인하는 문제점이다. 나는 리트와 본질은 유사한 시험인 5급 공채(구 행정고시) 1차를 준비하며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3회 이상 실전에서 치렀고, 수십 번의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 깨달았다. 적성시험은 수능이 아니다. 수능은 시간을 들여 지식을 충분히 쌓으면 그것을 응용하는 방식으로 언제든지 점수를 올릴 수 있지만, 적성시험은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자신에게 맞는' 제대로 된 방법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점수가 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이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 공부하는 사람은 막막할 수밖에.. 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따로 글을 작성할 예정이다.
둘째로, 각 로스쿨은 명시적으로 자기소개서, 면접, 학점, 리트 등의 환산식과 반영비율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 공개된 정보에는 특정 로스쿨이 어떤 구조의 리트나 학점을 가진 사람이 지원하면 유리하다는 표면적인 부분만 담겨 있을 뿐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는 담겨 있지 않다. 공인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등의 자격증을 따면 어느 정도 정량점수(학점, 토익, 리트)를 뒤집을 수 있는지, 자교 출신이라면 우대를 해주는지, 학점이 압도적이라면 다른 부분이 조금 모자라도 선발해 주는지 등의 정보는 숨겨져 있다. 자칭 입시 전문가들이 통계를 통해 예측하지만 그 역시 매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입장에서 처음 시작하려면 어떤 정보부터 참고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더군다나, 위에 명시한 숨겨진 정보들에 대한 수요를 이용해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시장에 많기 때문에 어느 회사의 말을 믿어야 할 지도 확실하지 않다.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디씨 000 갤러리, 서0연, 0연 등)에서 서로 나누는 정보도 각자 다 다르다. 내가 처음 한 일은 네이버 블로그를 실명을 걸고 운영하시는 로스쿨 입시 전문가 분 중 변호사 자격을 가진 분을 찾아간 일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비용은 꽤 비쌌지만 그분이 아니었으면 내가 로스쿨 입시에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 정리한 문서를 작성해 오라고 요구하셨고, 이에 기반해서 나의 진로와 내가 어떤 사람인지 포괄적으로 길게 문서를 작성해서 상담을 받게 되었다. 변호사님께서는 내 진로(당시 정치인)를 자기소개서에 적고 로스쿨에 합격한 사람들의 자기소개서를 5개 이상 보여주셨고, 그렇게 여러 개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나니 앞으로 로스쿨 입시까지 남은 2년 동안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감이 왔다.
특히, (1) 변호사 자격증이 없이 정치인이 되는 진로 (2)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정치인이 되는 진로 (3) 사업가 (4)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사업을 하는 진로 등 내가 고민하던 여러 개의 방향을 이미 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시면서, 뭘 하고 싶은지 여쭤보셨는데 그때 당시 들려주셨던 이야기가 삶의 방향을 잡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애초에 삶의 시간대가 다르다 보니 주변에 이런 걸 물어볼 수 있는 친한 정치인, 변호사, 사업가 등이 전혀 없었는데, 변호사님께서는 그런 친구들이 많다 보니 꽤나 자세하게 내가 고민하는 나의 미래 모습에 대해 상담해 주셨다.
변호사님께서는 고시를 그만두고 창업팀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나를 보고 "고시에 실패해서 시간이 뒤쳐진 자신이 부끄러워 그걸 감추기 위해 그럴듯한 창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창업 자체가 하고 싶은 사람인지" 여쭤보셨는데, 시작은 정말 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전자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러자 내가 나 자신의 삶을 회피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역겨움이 올라왔고, 변호사님께서는 몰랐겠지만 상담 직후 화장실에 가서 한 시간은 속에 있는 것을 게워 냈었던 것 같다.
상담은 일종의 전환점이 되어 변호사님께서 권해주신 학점 상승, 토론 대회 수상, 증빙서류가 남는 봉사활동 등을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었는데, 특히 내 성향을 보시고 토론을 권해주셔서 토론 동아리에 들어가 보니 너무 잘 맞아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 봉사활동 역시 법 관련해서 그때 보여주셨던 자기소개서에서 본 봉사활동 중 하나를 해서 로스쿨 입시에 유용하게 사용했다.
학점 상승에 대해서는 느낀 바가 많으므로 다음 글에서 보다 상세하게 작성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