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리트신수설에 대한 반박
법학적성시험은 그 시험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법학적성시험과 성질이 유사한 공직적격성평가(PSAT, 5급 공채 1차 시험)를 3회 이상 실전에서 쳤으며, 관련된 모의고사를 30회 이상 치르면서 적성시험의 성질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3편에 걸쳐 경험을 통해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먼저 리트 점수는 정해져 있다는 소위 '리트신수설'에 대해 반박하고, 둘째로 언어이해 백분위를 40%p 가까이 올리게 된 방법을 소개하고, 셋째로 추리논증 공부방법론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그 중 이번 편에서는 '리트신수설'이 무엇이며, 왜 이러한 말이 공공연하게 진리처럼 돌아다니며, 왜 틀렸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리트신수설이란 '리트 점수는 정해져 있다'는 주장을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리트에 맞는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고, 리트에 맞지 않는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으며, 당일 운에 따라서 점수는 조금 달라질 수 있어도 리트 점수에는 사람마다 각자 그 태생적인 한계가 있어 그 위로는 점수를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3년 이상 매년 리트를 봐도 점수를 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어떤 사람은 일주일만 공부하고 들어가도 초고득점을 하는 등 리트신수설을 강화하는 여러 사례는 주변에도 많다.
그러나 리트신수설은 거짓이다. 이는 적성시험을 사람들이 대하는 방식의 문제다. 리트 점수에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적성시험 자체가 한국 교육을 충실히 따라온 사람들이 점수를 올리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고, 리트는 그런 사람들이 응시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특히, 수능 점수를 높게 받아서 소위 입결이 높은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들이 리트를 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관성적으로 그들은 수능과 유사하게 리트를 대하지만 리트는 수능과 성질이 전혀 다르다. 수능은 지식을 골고루 쌓아서 시험장에서 그 지식을 활용해서 문제를 풀면 되지만, 리트는 본질적으로 '처음 보는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는지를 훈련해야 한다.
리트와 같은 적성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타인지'다. 소위 말해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에 대한 자기객관화가 냉철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적성시험은 잘하는 부분은 일년 내내 공부 안하고 들어가도 시험장에서 잘하고, 못하는 부분은 일년 내내 공부를 저강도로 해도 시험장에서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성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내가 못하는 부분과 잘하는 부분을 분리해서 못하는 부분에만 아주 고강도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인강이나 과외를 듣다 보니 일반적으로 리트 시험의 모든 부분에 동일한 시간을 투자한다. 그러다 보니 점수가 오를 수가 없다. 잘하는 부분에 시간을 쓰면 그건 그냥 낭비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수능 공부에서도 이런 역량은 중요하다. 잘 아는 부분을 보기보다는 모르는 부분을 봐야 점수를 올리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리트에서는 이런 역량이 수능에서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시험의 성질상 과학, 기술, 철학, 예술, 문학, 역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가 랜덤으로 출제되는데, 이 모든 분야를 내가 미리 공부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어떤 역량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냉철하게 파악해서, 어떤 분야에서 어떤 부분이 출제되든 정확하게 빠르게 풀이할 수 있도록 못하는 부분을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과 그 분야에서 쓰이는 기본 개념을 아는 것은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으나, 그게 본질적으로 점수로 이어지지 않는다.
잘못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한다. 먼저 리트 시험을 잘 보고 싶은 욕구와, 그럴 수 있을지 자신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이걸 직면하고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학원의 리트 인강을 듣는다. 그 인강대로 공부를 한번 하고, 00메뉴얼, 00바이블 등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를 풀고, 기출을 풀고, 수동적으로 오답을 정리하고 잘 모르겠으면 해설지를 참고한다. 이 모든 과정이 냉정하게 보면 낭비가 된다. 왜냐하면, 거기서 배우는 것이 다시 문제로 출제되지 않고, 아무리 길게 이런 방식으로 공부해도 이는 적성시험 점수를 올리는 방향이 아니며, 당일 시험장에서 여전히 불안하게 이게 맞나? 싶은 생각으로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올바르게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한다. 먼저 자신의 불안감을 직면한다. 내가 왜 리트 시험을 잘 보고 싶은지, 왜 법조인이 되고 싶은지 깊이 고민하고 그 이유가 다른 진로로는 충족이 되지 않는지 생각해 본다. 대부분은 적당한 명예, 적당한 돈, 다른 진로에 비해 자격증이 주는 안정감과 상대적으로 적은 리스크, 어릴 때 드라마에서 본 법조인에 대한 동경 등에서 로스쿨을 준비하는데, 이는 다른 진로로도 얼마든지 충족이 되는 면이 있다. 이를 이해하고, 그 '다른 진로'를 진지하게 저학년때부터 준비한다.
오히려 이렇게 다른 진로를 일찍부터 준비해두면 시험 당일에 떨지 않을 수 있다. 이거 안되면 다른거 하면 된다는 마음이 안정감을 마련해 시험장에서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리트는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정보를 그날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당일에 직면하게 될 수 있는 불안감을 미리 관리하는 것이 점수를 올리는 데 매우 크게 도움이 된다. 리트 시험을 보기 전에 좋은 B플랜을 미리 준비해두라는 것도 이 때문이고, 매년 리트를 봐도 점수가 낮았던 사람이 직장에 일단 취직을 하고 별 준비 없이 다시 리트를 봤을 때 고득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의 불안을 직면하고 나면 인강이나 교재가 아니라 기출을 펼친다. 기출을 한두개 정도 풀어 보고, 내가 어디에서 약하고 어디를 잘하는지 이해한다. 이는 단순히 어떤 분야를 잘하고 못하고를 넘어서, 추리논증에서 논증을 잘하는지, 잘하면 어떤 부분을 잘하는지, 추리에서 어떤 부분을 못하는지, 그걸 왜 못하는지를 고민한다. 언어이해에서는 독해를 충분히 빠르게 하는지 아니면 느리게 하는지를 검토하고, 문제 풀이에서는 전체 지문을 요약하는 것에 취약한지 아니면 세부적인 단어 하나하나를 헷갈려 하는지를 검토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에 대한 냉철한 객관화 과정을 먼저 거친 후, '못하는 부분'에만 집중한다.
잘하는 부분은 어차피 항상 잘한다. 그게 적성시험의 본질이다. 결국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잘하는 부분은 공부에서 배제하고 '못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점진적으로 그 부분을 훈련해야 한다. 그 방식의 예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작성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 잘하고 못하고는 사람마다 전부 다르다. 적성시험 공부에 인강이나 과외가 본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강이나 과외는 결국 '고득점자가 내가 해 보니 이렇게 하면 점수가 오르더라'를 알려주는 것인데, 사람마다 그 방법이 다 다른데 일률적으로 어떻게 가르치겠는가.
다만, 인강이나 과외는 적성시험의 유형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인강이나 과외로 점수가 올랐다면 그 자체가 이런 방식의 자기객관화를 돕는 인강이나 과외이거나, 원래 적성시험에 적합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 시험 유형에만 익숙해져도 점수가 오르는 사람인 것이다. 시험 유형에 익숙해지는 것은 자신의 한계에 다가가는 과정이지 한계를 넘는 과정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리트신수설이 맞는 말 같다. 대부분 사람들이 한계에 다가가는 공부를 하니까.
개인적으로 적성시험은 심리학이라고 생각한다. 적성이라는 것이 훈련이 된다는 것이 웃기지만, 실제로 자기객관화에 기반해서 훈련이 되고 향상이 된다. 나는 나를 포함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리트 점수를 올리는 것을 봤고, 또 실제로 계속 리트를 잘 못 보다가 제대로 공부해서 잘 보고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무책임하게 "리트, 공부만 하면 올라요!"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력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하면 충분히 누구나 로스쿨 진학 자체는 가능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계속 리트 점수를 낮게 받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져서 공부 방법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줄어든다. 스스로에 대해 돌아볼 여유도 없어진다. 그러나 그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내가 어떻게 언어이해를 백분위 40%p 이상 올렸는지, 그 훈련 방식에 대해 공개하고자 한다. 다만, 이는 '나의 상황'에 맞춰 내가 개발한 공부방법일 뿐, 이걸 읽는 사람의 공부방법은 달라야 한다. 당신과 나는 각기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점을 미리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