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근본적인 추리논증 공부방법
법학적성시험 추리논증에 관해서는 원래 80%대 중반 백분위가 나왔고, 그다음 해에도 그 이상 올리지 못했으므로 어떻게 해야 반드시 올릴 수 있다는 식의 글을 작성하는 것은 주제넘는 일이다. 다만, 다년간의 공직적격성평가(PSAT)공부로 처음 응시할 때부터 법학적성시험 추리논증에서 80% 중반 백분위가 나오도록 해준 방법 자체는 공유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글을 적어 보고자 한다.
추리논증은 일종의 코딩이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유형이 나오면, (1) 이 유형은 내 마음속의 분류 중 어떤 유형이며 (2) 이 유형에서 내가 자주 놓치는 것은 어떤 부분이며 (3) 이 유형을 최대한 빠르게 풀기 위해서는 어떤 순서로 풀어야 하는지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PSAT에서는 이를 '선구안'이라고 부른다. 문제를 보자마자 내가 빠르게 풀 수 있는 문제인지, 풀 수 있다면 어떻게 풀어야 효율적인지 판단하는 눈을 말한다.
이 눈이 중요한 이유는 공직적격성평가든 법학적성시험이든 모든 문제의 배점이 똑같기 때문이다. 만약 어려운 문제를 풀면 더 점수를 준다면 굳이 쉬운 문제만 골라 풀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나에게' 어려운 문제와 쉬운 문제의 배점이 같다면, 쉬운 문제부터 다 풀고 어려운 문제에 시간을 할애해야 가장 높은 점수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언어이해 공부법과 동일하게, 여기서도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다. 사람마다 살아오면서 형성한 성격이나 배경지식은 모두 다르다. 어떤 유형의 문제를 잘 푸는지도 다 다르다. 따라서, '내가' 어떤 문제를 쉽게 잘 푸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이를 위해서 첫째, 어떤 유형의 문제들이 최근에 출제되는지 확인하고 유형 분류를 한다. 직전 3개년 추리논증 기출을 연달아 풀고, 그 기출의 유형을 '직접' 분리해 본다. 3개년을 연달아 풀어 보면 반복되는 유형들이 있을 것이다. 그 유형에 스스로 이름을 붙이고, 내가 그 유형을 잘 푸는지 못 푸는지를 구분한다. 이때 강사가 분류해 주는 유형이 아니라 스스로 유형을 분류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유형 분류가 쉽게 내면화되어 실전에서 긴장한 상태에서도 지금까지 훈련한 바대로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출 전개년을 '단면'으로 프린트한다. 그리고 중간을 가위로 자르면 보통 반 면에 한 문제씩 나오는 문제 묶음이 생기게 된다. 나중에 섞이게 되면 채점이 어려우므로 반 면의 맨 위에 그 문제가 나온 연도를 적고, 내가 분류한 유형대로 문제 묶음을 만든다. 그래서 전 개년의 '내가 분류한' 특정한 문제 유형 묶음을 만든다. 이 과정을 직접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위와 마찬가지로, 유형 분류를 내면화하기 위함이다. 그 과정에서 유형을 보다 상세하게 나눌 수도 있고, 덜 상세하게 병합할 수도 있다. 예컨대 당연히 더 상세하게 분류했지만, 좌측처럼 6개 유형으로 분류한다면 6개 문제 유형 묶음이 나올 것이다. 나는 17개 정도의 문제 유형 묶음으로 구분했던 것 같다.
셋째, 내가 분류한 문제 유형 묶음을 보면서 제일 못하는 유형부터 제일 잘하는 유형 순으로 순서를 정한다. 그리고 언어이해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하루 종일' 못하는 추리논증의 해당 유형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컨대, 제일 못하는 특정 문제 유형 묶음만 하루 종일 풀고, 풀면서 계속 어떤 부분에서 실수하는지 확인하고, 그 실수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만약 개선이 되지 않았다면 그 유형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방식을 고민하고 그 방식을 실천한다. 이러다 보면 시간이 모자라서 잘하는 유형들은 풀지 못하게 될 수 있는데, 이는 과감히 포기한다. 어차피 지금 잘하는 것은 딱히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시험장 가서도 잘한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당연히 처음부터 끝까지 푸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연습은 시험 치기 직전 한 달 전에만 하면 된다. 그전까지는 내가 못하는 부분의 역량을 높이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하고, 그걸 위해서는 기출을 직접 유형 분류하고, 어떤 유형에서 내가 유독 약한지 확인하고, 그 약한 유형을 극복하는 방식을 능동적으로 고민하고 방안을 도출해서 이를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PSAT 상황판단 점수를 꽤나 높였지만, 법학적성시험 공부 당시에는 언어이해 공부가 급했기 때문에 추리논증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해 점수를 높이지 못했다. 다만, 이러한 방법이 근본적으로 점수를 올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기에 공유한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공부를 6개월 전이 아니라 조금은 더 일찍 시작했을 것 같다. 또한, 언어이해는 정확한 독해가 중요한 반면 추리논증은 신속한 독해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차이를 의식하면서 공부를 했을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로스쿨 입시에서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법학적성시험 논술'에 대해서 짧게 서술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