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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카엘라 Jun 20. 2017

2013년 캐나다에서 구직 성공기

워킹홀리데이 캐나다

2013년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1월 말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구직은 5월부터 시작했는데 구직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잡을 구해 그 해 연말까지 쭉 정규직으로 일을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운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준비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기술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워홀러로 캐나다에서 구직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여러 직종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외국인으로서 현지인만큼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는 disadvantage가 있으므로 office 잡보다는 customer service 잡을 노렸다. sales 잡을 두고 인터뷰를 보고 물건을 팔 수 있을 정도로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1) 인턴십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학원이나 어학원에 비용을 지불하고 연결 서비스를 이용한다. - 단점: 비용이 많이 듬. 보통 급여는 무급으로 진행됨.

2) 한인 커뮤니티에서 현지 한인이 구인하는 게시판을 보고 지원하여 일을 한다. - 단점: 돈은 꽤 벌 수도 있겠으나 한인들과 한인들을 대상으로 일하여 워홀 목적과 의미가 퇴색됨. 악덕업주(임금 체불, 최저 임금 미준수 등)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짐.

3) online으로 현지 retailer에 어플라이 - 단점: 외국인 visitor status로 working history가 캐나다 내에서 전무인 나에게 인터뷰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적음

4) 가게에 직접 들어가서(walk-in) 현지 retailer에 어플라이 - 단점: 발로 뛰어야 함.


4번은 발로 뛰어야 한다는 점 말고는 단점이 없었다. 현지 회사에서 cs를 하면 고객들도, 동료들도 현지인들이어서 현지 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테고, 합법적 임금을 준수하며 인센티브도 주는 큰 회사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래서 전공이 의류학이고, 한국에서 유통 쪽에서 파트타임을 해보았던 이력을 앞세워 나는 당차게 가게로 돌진하여 레쥬메를 제출했다.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의류 가게들에 hand in, 말 그대로 얼굴 보고 손수 제출했다. 서너 군데쯤 돌았을 때 가게 직원이 아니라 인사 담당 결정권자를 만나야 승부수가 띄워지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로 발을 들인 그 가게에서! "레쥬메 좀 주고 싶은데?"라고 인포데스크에 이야기할 때 거기에 매니저가 서있었다. "아 네가 매니저구나(방긋) 나 job 찾고 있는데(방긋) 나 물건 팔아 봤는데 그리고 잘 파는데(방긋) 너희 구인하니?(방긋)" 내가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 노력했기도 했지만 마침 사람을 구하고 있던 때라는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그곳은 여성의류/여성스포츠의류/여성등산의류/남성의류 및 스포츠의류/남성등산의류/장비류/신발류 등 여러 부서를 포함하는 캐나다 회사로, 1979년 설립된 이래로 스포츠 의류 전문점으로 명성이 난 곳이었다. 취급 브랜드만 600여 개인, 5 개 지점 중 본점이었다. (2017 현재는 지점을 늘려 8개 지점을 운영중이고 추가로 1개 지점이 오픈 예정이다. 출처: www.sportinglife.ca) 당시 본점에만 직원이 200여 명은 되었다. 마침 ladies' sportwear 부서에서 구인중이었고, 그럼 다음 주에 인터뷰 보러 오라는 이야기를 바로 들었다.  


레쥬메는 한국에서 파트타임 한 것들을 출국 전 미리 영문으로 작성해 두었던 것을 냈고, 인터뷰 준비는 구글에서 예상 질문을 쭉 뽑아 답변을 준비해 외운 티가 안 나도록 입에서 촤르륵 쏟아질 때까지 연습했다. 뻔한 인터뷰 질문들. 왜 지원했니 우리가 널 왜 뽑아야 하니 너의 강점은 뭐니 등에 자신 있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대답하니, 매니저가 좋게 봐주었고 인터뷰 후 일주일 뒤쯤 전화로 5월 말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6개월 이상 Sporting Life 본점에서 일을 했다. 처음에는 Part-time 포지션이었지만 여름 성수기엔 쉬프트가 늘어 주 5회 일을 해 번 돈으로 생활비에 보태고 여행 경비에 썼다. 벌써 4년 전의 일이지만 근무 자체의 경험 역시 긍정적인 기억들로 남아있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운은 운이지 실력이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해서 그 문장을 별로 안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실 그 말의 함의는 철저히 준비하고 실력을 다져온 사람이 운이 왔을 때 그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것 같다. 기회가 주어지는 행운이 왔을 때, 잡아챌 수 있도록 준비하고 대비하는 일련의 노력을 한 사람이 그 과정 속에서 다진 실력으로 그 운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다.


내게 완벽하진 않더라도 열정을 표현할 만큼의 영어 구사력이 없었다면, 가게에 들어가 이력서를 건네는 적극성과 노고가 없었다면, 이력서를 써둔 것이 없어 제출할 것이 없었다면, 부족함을 인정하고 한 번이라도 더 미소를 지어 좋은 인상을 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인터뷰 대비를 부실하게 했더라면, 기회는 기회에서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혹은 구직 성공 후 근무 태도가 찡그린 얼굴로 일관하고, 불성실했더라면 잡은 기회를 날렸을 수도 있다.


같은 방법으로 나는 석사 유학 생활 동안에도 한 회사에서 인턴십 경험을 하고, 두 곳의 부티크에서 파트타임을 구할 수 있었다. 졸업 후 그 해 여름, 글로벌 기업의 캐나다 지부에 supervising position의 full-time/permanent job으로 바로 구직에 성공하기도 했다. 매 번 '운이 좋았다'라고만 말해왔는데 실은 '다가올 행운을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준비하고 노력했다'가 더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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