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달 살기를 시작하기 전 현실적인 고민들

과연 아이와 단 둘이 한 달 살기 할 수 있을까

by 사공백

돈도 모으고 정보도 모으며 차츰차츰 한 달 살기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내 안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과연 내가 아이와 단 둘이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을까 울릉도도 1박 2일로 아이와 다녀온 전국방방곡곡을 다닌 나지만 한 달 살기 앞에서는 뭔가 멈칫해졌다. 그동안의 당일치기여행은 하루의 특별한 이벤트였지만 한 달 살기는 말 그대로 여행이 일상이 되는 것인데 나도 아이도 그 삶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아무래도 아이의 유치원 문제였다. 한 달 살기를 하게 되면 유치원에 거의 등원하지 못할 텐데 아이도 나도 괜찮을까 한 달에 10일 이상 등원해야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퇴원처리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일단 유치원에 확인해 보니 학사일정에 무리가 없는 결석 가능 일 수는 45일이었다. 선생님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응원해 주시면서 비행기를 타는 제주도나 해외여행의 경우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그 외 국내 여행의 경우는 최대한 편의를 봐주시겠다고 하셨다. 결국 나는 유치원퇴원 없이 9월부터 11월까지 세 달 동안 여행을 다녔고 아이도 1월에 무사히 유치원을 졸업했다. 아이와 한 달 살기를 계획하시는 분들 중 유치원이나 학교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자세한 사항은 선생님과 상의해 보는 것이 좋다.


잦은 여행으로 아이가 유치원 생활이나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다. 이 부분도 여행 시작 전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다. 럭키(아이의 애칭)의 경우 활발해서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적응력이 빠른 편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실제로 여행을 해보니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데도 반가워서 그런지 오랜만에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오곤 했다. 친구들에게 건강하게 여행 잘 다녀오라는 편지를 받아오기도 하고 매일 유치원에 가지 않고 엄마랑 여행하다가 오랜만에 유치원에 가면 다시 유치원 가기를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유치원에서 더 놀다가 오게 늦게 데리러 오라고 할 정도였다.


아이를 제외한 나의 고민은 회사와 휴직에 대한 것이었다. 곧 있으면 승진인데 평점을 포기하며 휴직하는 것이 맞나 차라리 아이 학교 입학 후 좀 더 길게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 나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긴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내 인생의 우선순위였다. 나는 회사, 승진보다 7살 내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 추억을 선택했다. 얼마 전 회사동기들의 빠른 승진 소식을 들으며 놀랐지만 나의 선택에 아이와 보낸 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다.


아이와 한 달 살기를 하겠다는 나의 계획에 주변 사람들 또한 우려를 표했다. 유치원 안 보내고 하루 종일 아이랑 같이 있는 것이 괜찮겠냐고 지금 열심히 데리고 다녀도 나중에 아이가 기억 못 할 텐데 괜찮냐고 사실 유치원을 안 가는 주말에 낚시 가는 남편대신 내가 거의 육아를 도맡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그리고 아이가 여행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아이와의 소중한 순간을 내가 기억하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아이와의 이런 추억들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기억과 상관없이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 중에 느낀 즐거운 감정들은 아이의 정서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라 믿었다.


결국 나는 하반기 9월부터 휴직을 결심하고 7월 인사철 전에 휴직 계획을 회사에 말씀드렸다. 두 달만 일하면 휴직이라 생각하셔서 그런지 하필 과에서 제일 바쁜 보직을 맡게 되었다. 일이 많아 매일 야근하는 것도 서러운데 나의 휴직 소식을 접한 회사사람들의 반응이 더 속상했다. 일을 피해 휴직하는 거라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퍼뜨리는 유언비어. 7살이면 이제 다 컸는데 왜 육아휴직을 하냐는 곱지 않은 시선.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며 지금의 오해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야근하는 와중에 틈틈이 한 달 살러와 마실에 들어가서 한 달 살기 모집 공고문을 확인했다. 그리고 무수히 떨어지기를 반복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지원서를 냈다. 지원서를 작성하며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레는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가뭄에 단비 같은 한 달 살기 선정소식이 드디어 나에게도 찾아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