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제약이 없을 때 공간 디자인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정신을 앗아간 물건들>
콘란샵이 서울에 왔다고 해서 방문해보았다.
강남에서도 애매한 위치,
주택가가 몰려있는 한티역 인근이라
굳이 찾아가지 않으면 지나가다 들를 일은 없는 곳이라는 것이 위치적인 특징이다.
연말에 주말까지 겹쳐
백화점 주차장 건물 빈자리를 샅샅이 뒤져 어렵게 주차를 하고
도달한 콘란 샵,
즉흥적으로 간 것 치고
정신을 앗아갈 만한 참하게 디자인된 제품들을
꽤 많이 만났다.
기특하다...! 어쩜 이리 고울까! 싶은
제품들을 연속적으로 보면서 환호하다 보니
디자인은 정신을,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소유하면 더 좋겠지만
아쉬운 대로, 보는 것만으로도
<넘사벽 가구들>
2층에는
가구와 조명과 책이 있다
가구들은 가구박람회에서 볼만한
거의 관람용이지만
유튜브로 찾아보던 연예인 집에 있는 가구들이
심사숙고해서 배치되어있는 공간을 거니는 즐거우며
이런 게 진짜 가구인가 싶다.
그동안 너무 이케아만 사제꼈는데
나와 평생 함께 할 가구들은 이런 곳에 있는 것 아닐까 하나하나 한참을 바라보았다.
물건이 다 없어져도... 이 공간임을 알 수 있는
고유의 색상
공간이야기를 좀 해본다면
콘란샵의 공간 디자인은
이곳에 있는
넘사벽 가구와
디자인 제품들을 모두 도둑맞아도
‘여기는 콘랍샵이야’
라고 기억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시그니처 컬러가 확실한
‘콘란 블루’ 덕에,
그리고 고유의 재료
불투명 유글라스
가 조명과 오버랩되고
제품의 배경이 되는 것이 꽤 적절하였고
팔기보다는
전시를 위한
디스플레이
그리고 제품의 높낮이와
생김을 고려한 전시용 집기들,
내려다보고
만져보기 좋은
하얀색의 바퀴 달린 가구들.
모양이 다르면 재질을 통일시키거나
재질이 다르면 모양을 통일시켜야
보기 좋은
암묵적인 규칙을 잘 지킨 카페의 조명등.
디자인된 물건을 연속적으로
하지만 피로감은 오지 않게
그 경계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심사숙고하여 배치한 것 같은,
미술관 아트샵을 연속적으로 관람을 하는듯한
제품 ‘관람’의 세계를 체험하게 해주는 명장면임.
잘 정돈된 아이의 책상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발생시키는
공간이었음.
인테리어 프로젝트해야 되는데...
거의 건축 프로젝트만 하지만
건축과 인테리어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다가
요새는 인테리어만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때가 있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전공에 따른 차이점이 발견되는데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콘셉트와 명분이 없는 공간의 프로젝트를 못 견뎌한다.
나 역시,
제일 못 견디겠는 말이
‘톤 앤 매너’
따뜻한 느낌
모던한 느낌
편안한 느낌
이런 이야기를 고객사에게 한다는 것이
너무 정성적이어서
사실 나도 못 견디겠어.
이래도 되나 싶더라고,
최근 회사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어떤 브랜드의 스토어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는데
보면 딱 떠오를 듯한 특이한 그 브랜드의 시그니처 색채 사용도 안된다 하고,
유선 형태의 사용도 안되고,
로고를 기반으로 한 형태도 안되고,
극강의 미니멀리즘이나 로우함도 안된다는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특징적으로’ ‘컨셉을 이야기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더라고
그럼 그냥 이맛도 내 맛도 아닌 거 아님?
그야말로
모던하고
따뜻해 보이고
이런 이야기들로 채워가던데,
올해는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거기서 어떤 전문성을 발현할까 생각 중임
건축 프로젝트는
기능과, 법규, 설비시스템의 제약을 풀어가는 것이
확실한 명분과 제약을 제공해 주는데
인테리어는 고객의 입장과 마음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어떤 재료로 어떤 크기로
그 마음을 풀어줘야 하나
좀 더 섬세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색채, 형태, 떼로 처바르기 를 ㅁ
어쨌든 콘셉트는 발굴해야 한다
올해는 상반기가 가기 전에
회사에 있는 재료 라이브러리나 정리해야겠다.
따뜻한 느낌
모던한 느낌
깔끔한 느낌을 내려면
어떤 재료를 어디에 갖다 붙일지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