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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Jul 09. 2022

나와 내가 만나는 풍경.

새벽 미역국을 끓이며

금요일, 별로 직장인인 적도 없는 나는 유달리 금요일을 좋아한다.

오늘은 특별히 더 좋은 금요일, 불금의 오후였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함께하게 된 '7인의 엄마에세이 공저 프로젝트'에 '리더작가'라는 작은 직함이 달리면서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쓰게 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사남매 엄마에게 글쓰는 삶이란 사치였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글 무대에서 과감히 내려와 생활전선에 뛰어든지 딱 4개월만의 일이다.


여튼 내가 기분 좋은 이유는 글이 잘 써져서도 아니고 (이 파트 참, 고민이다. 펜을 놓았다가 다시 들면 한글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건가? 싶을만큼 글이 뭔지 모르겠다.. 나름 3권의 출간저자인데...쩝...)

그렇다고 내가 탁월한 기획력이 있거나, 책을 엮어낼 능력을 발견해서가 아니다. 


2년전 내가 찐하게 오롯하게 나로서 반응했던 그 감각을 되찾았다.

이 동네에 이사오던해 2020년 여름, 나는 그녀와 함께 한여름 날의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엄마니까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회사를 세우자고 사명을 걸었고 우리부터 그렇게 살아보자는 투지로 고단한 세아이, 네아이 워킹맘의 일상을 버텼다.




그땐 인연이 거기까지였을까? 너도나도 회사가 뭔지, 함께 한다는 것이 뭔지, 사업아이템과 엄마간의 유대라는 커다란 간극을 느낄 현실감각의 부재였는지, 지나친 서로간의 배려였는지, 결국 우리는 스타트업으로 시작되는 단계에서 쿨한 이별을 했고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걸은지 두해가 지나 다시 이글거리는 여름이 왔다.


여전히 생활에 큰 보탬은 안되지만, 새벽글모임 리더라는 내 유일한 정체성이자 자부심이었던 일을 내려놓고 몸에 맞지 않는 직장이라는 옷을 입고 '다 그렇게 사는거야.'라고 '너라고 별 수 있을 줄 알았냐'를 오락가락하는 그 때, 어엿한 소셜벤처, 스타트업의 대표로 자리매김한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가 2년전에 하고 싶다고 이틀걸러 한번씩 만나서 늘 외치던 그 곳에 다시 내가 필요하다고 했고, 나는 그렇게 생활이 안정될때까지 돈 되지 않는 글은 쓰지 않겠다고 눈물로 다짐했던 나를 매몰차게 모른척하고 직장인이라는 옷을 신속 정확하게 벗었다. 그리고 다시 '어찌됐던 글 관련 업'이라는 옷을 입었고


오늘 금요일 그 옷을 입고 외출한지 대여섯번째 되는 날이었다.


1대1 글코칭이라 부르고 우리만의 찐수다로 해석되는 1대1 데이트는 내가 현재 대표를 만나게 했던 방식의 엄마표 데이트다. 누구의 엄마 말고, 어떤 직업의 사람인 것 말고, 오롯이 한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 완전히 그 사람에게만 우주의 기운을 나의 마음을 모으는 시간, 나도 그 만남을 시작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듯이 그 누군가 어떤 엄마의 그 시작점이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내 심장은 펄떡거렸다.






이런 마음이 전해져서였을까?

"그 동안 혼자만 끙끙앓던 부분이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해결됐어요"

"초롱초롱 나에게만 집중된 그 마음을 느껴본지가 얼마만인지, 이런게 진정한 힐링이예요"

"일상을 살아갈 단단한 힘이 생겼어요"


이런 후기들, 역시!!! 지난 10여년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에너지 어디가지 않고 다 내것이 되어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구만!!


그 가슴뻐근함에 도취되어 배고픈줄도 모르고 종일 마음을 넣었다 뺐다 모았다 흐트려뜨렸다를 반복했다. 그래, 그러니까 언저리에서 이렇게 걸친듯 안 걸친듯 일하지 말고 내부인이 되어 전격 이 회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에너지를 내야겠지? 그녀의 사명으로 세운 회사이지만, 그 사명의 한 부분을 뚝 떼어 충분히 내어주겠다는 마음을 내는 그 진심에 내 진심으로 화답해야겠지?



신중하고 싶다고, 답을 달라고 한지 2주.

이 2주동안 난 내가 내린 결론과 상관없이 정말 치열하게 다시 내 자신에게 물었다.


"그래, 니가 살고 싶은 삶이라는거 도대체 무어냐?"

".... .... ......."


잘 모르겠지만, 오늘의 이 가슴뻐근함이 그 대답이 아닐까싶다.



나를 지켜주는 소원요정을 오랜만에 소환해본다.

언젠가부터 9살 꼬마 스텔라가 엄마가 보고 싶다며,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하늘쳐다보고 제발 내 삶의 빛을 보여달라고 진심으로 기도한 순간부터 내 가까운 곳에 늘 있었던 소원요정.


그가 가만히 나를 보며 미소짓는다.

그 무슨 선택을 하든, 너는 잘하고 있는거라고.


그래서..

주말 새벽, 사남매를 두고 도망쳐서 부부가 놀다올 계획의 구체적인 준비작업으로 미역국을 끓이다 말고

브런치를 열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이 고요한 시간, 그리고 나와 나의 만남의 장소 이 하얀 백지의 배경

어쨌든 내가 살아가야할 배경지는 이곳인가보다.






#시즌비 #더하트컴퍼니 #브런치는해시테크안되나 #이새벽의 글맛 참, 오랜만이군 #기다리고 있는 글벗들에게 이 마음이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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