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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Sep 01. 2022

지하철 2호선의 마법

사남매 엄마 편집장의 고군분투기

문득 비를 눈에 담긴다.

8차선의 도로위에 차들이 지나가고 문득 고개를 들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을 때.


문득 비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우산 하나를 받쳐들고 남자의 팔목에 메달려 여기까지 걸어왔을때도 지금처럼 비는 똑같이 내리고 있었을텐데, 그때는 오는지도 몰랐던 비가 보인다.


왜 이렇게까지나 좋아질 일인 싶을 만큼 비가 오면 예전부터 마음이 달뜬다. 얼마전 퍼붓도록 쏟아지는 비가 내심 반가웠는데 수많은 홍수 피해자들에게 눈치가 보여 흘러 넘치는 마음을 꼭꼭 숨겨야 했을 만큼 비가 오면 기분이 좋다.



 

비가 오면 실컷 하루종일 창문가에 기대 비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하겠다는 말을 43 사는 동안 30 이상은 하고   은데..


 30년간의  중에 내가 실제로 비멍을 실천한 날은 별로 없다. 아니 잘 생각이 안난다.



나는 늘 호당당 거리며 인생을 산다.



어린시절에는 나만의 결점, 가정에서의 결핍을 다른 무언가로 채우느라. 친구들에게 인기많은 사람의 자리를 유지하려고 관계가 아닌 정치를 하느라.


그리고 내가 그토록 원하는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같은 행동을 남편과 아이들에게 하느라.


나는 왜, 편하게 관계에 머물지 못하는 '정치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모든 것을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나의 삶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닌 것으로 구별하면서 살아야 할까.



이런 내가 정말 싫다면 그만두었어야 마땅할텐데, 아직까지 이러는걸 보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가능성이 짙은데..


에라이~

그냥, 나답게 살아야 겠다.!!

별것도 아닌 결론을 또 내린다.



하루종일 머릿속이 복잡하다.


네명의 아이들의 스케줄과 새로 시작한 출판사업에 대한 , 무엇보다 제대로 맡은 첫 출간인데 제목이 나오지 않아 괴로웠다. 거기에 덧대진 플랫폼 개발에 대한 고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팀원에게 서운한 옹졸한 마음부터, 오늘 저녁은  먹나 가정주부 걱정에서, 일한다고 아이들을 너무 방치한 것은 아닌가하는 엄마마음까지..



그렇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에스컬레이터에서 딸려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 서 있는 여자의 속눈썹이 보인다.


아!! 길다. 이쁘다. 붙인건가? 그렇겠지?

나도 속눈썹이 길었으면 좋겠는데.. 외모 꾸밀줄 잘 모르는 내가 몇 안되게 집착하는 그것 속눈썹.


발모제를 하루에 한 번 바르는 시간만이 나와 내가 만나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얘기를 지난주 팀빌딩 회사 워크숍에서 했다. 나름 부대표 자리인데 너무 쓸데없고 무게 없는 애기였나? 또 한없이 깊은 쓸데없는 생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이 생각의 흐름이 뚝, 끊어진다.


앗!! 분명히 내가 아는 얼굴같은데??

생각에 잠기면 주변을 잘 볼 줄 몰라, 늘 거꾸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늘 반대방향을 향해 걷다가 남편에게 꾸중을 듣는 나


세상에나.. 내 눈앞에 이 사람은 지금 작업중인 공저에세이 7인의 작가중에 한분, 이슬을 머금은 태양같은 여자 이슬님이셨다.



둘이 지하철에서 셀카를 찍고, 다행히 같은 방향이라 지하철에 어떻게 탔는지도 기억이 안나도록

폭풍 광수다를 떤다.


아마, 궁금하셨을꺼다. 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원고는 어떻게 편집이 되고 있는지..


내가 내 원고를 편집부에 보낸 작가인 시절, 그토록 궁금한 모든 것이 작가님들 마음에 담겨있을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안 그래도 그 마음을 외면하기 힘들었지만 우선순위에서 지나쳐졌다. 공저자이자 우리 메니저인 팀원또한 어린 두 아이와 코로나에 고군분투하며 2~3주가 지났다. 나도 아직 업무적응 중인데, 엄마로서 힘든 그 마음도 고스란히 알기에 서로의 자리를 버티는데 온 힘을 쏟는 시간이었다.



우리 상황을  마음을 우리 공저작가님들도 모두 엄마라 알아주시겠지 .. 우린 조리원 동기나 다름 없다며 그 정도의 마음은 나눈 사이니까.


그래도 일은 프로처럼 해야지. 책 내는건 일이자 프로젝트인데  오늘, 내일 중엔 자세하게 안내를 해 드리자며 회의 때 얘기를 나누던 참인데.


이 대화의 주인공 중 한 분인 이슬님을 딱 마법처럼 만나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공지 형식을 모두 빼고 아줌마 거품수다 버전으로 나누었다.






나는 그녀가 첫 눈부터 참 예뻤다. 특히 짙은 쌍커플을 아름다운 곡선으로 잘 떠받쳐 주고 있는 큰 눈에 계란형 곡선을 그리는 얼굴형이 참 귀여우면서도 이쁘다 생각했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 몇 번의 만남이 이어지는 동안 무채색의 옷만 입고 있던 것이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작가님, 저 솔직히 이렇게 옷에 변화도 주고 예쁘게 하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 작가님들과 만남 이후예요. 늘 아이주변만 맴돌고 혼자 일하는 저라 사회적으로 어떤 옷이 맞을지 잘 몰랐고, 항상 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잡아두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날 작가님 뵈니, 정말 이쁘게 입고 계시고 그게 좋아보였고 누군가가 나를 볼때도 저게 좋아보이겠구나 싶으니 저도 점점 옷 선택이 과감해져서 지난주에 형광색 옷 입고 친구 만나면서도 작가님 생각을 했었는데. 까르르... 오늘 이렇게 우연히 만난게 너무 신기해요!!"




아이 넷 엄마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방법으로 내가 선택한 것이, 몸매를 가꾸고 그 몸매가 더 예뻐보일 옷을 골라입는 것이었다.


생존에만 들어가는 기본 비용과 벌어들이는 수입이 크게 부등호를 그리지 못하고 매달 겨우를 찍는 우리집에서 내 옷에 큰 돈을 들이지 못한다.


다행히 고속터미널 강남지하상가 등, 비싸지 않아도 그때의 아이템을 합리적으로 저장해 둘 몇 곳을 알고 있다. 그 노력들이 쌓여 나에겐 이제 일할때나, 사람을 만날때 내 거울을 보고 내가 만족할 만큼의 차림은 갖추게 되었는데, 그게 누군가에게는 큰 반향을 주었다는게.



두 정류장을 지나치면서 쏟아낸 수 많은 이야기들이 모두 세포에 고스란히 남았지만 가장 강력하게 남는다.



그래, 내가 쌓아온 날들은 누군가에게

특히 아이도 잘 키우고 일도 멋지게 해내고 싶은 엄마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멋진일이야!!



와~~ 엉키고 섥혀서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해 툭툭 치고 있으면 내 뒤로 걱정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어떤 답도 못해주던 지난 몇 주였는데..






문득 가슴이 뻥 뚫린것 같았다.


그러게.. 나만 이슬님께 도움이 된 게 아니라

이슬님도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거예요!!


누군가에게 도움받은 일을 솔직하게 꺼내서 표현하는 것,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어떻게 전해질지 모르는 지금의 이 마음을 예쁘게 건져놓는것.


모두, 글쓰는 습관 덕분에 가능한 일 같고

이 글쓰는 오랜 스텔라의 습관이 지금 많은 선물들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니, 부담대신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하나 눈앞에 일을 해쳐나가야지 ~ 히히 이 지하철에서 내려서 버스타고 들어가는 길엔 집에가서 뭐 해먹어야지 애들 숙제 봐줘야지. 일 마무리 해야지 등등의 생각은 모두 버리고, 비우고



오롯이 나를 위해 비멍해야지!!



그리고 우리 삼형제 엄마 에디터님이 고군분투 틈틈히 에너지를 넣어 편집 해주고 계신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이 들었고


이런 분들과 함께 만들어낸 우리의 공저는 그 결과가 어떻든 또 우리를 엮어줄 것이고, 그 안에서 우린 또 즐겁고 힘나고 눈물겨울거다.



역삼역으로 딸려 들어갔던 나와

방배역 4번 출구앞에 선 나는 다른 내가 된 듯

2호선의 마법이었다.



에엣.,

그새 비는 그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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