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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Nov 16. 2022

글쓰기로 버티기 이틀차입니다.

사남매의 4인4색.


4인4색.

우리집에서 크고 있는 네 아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짧은 말이다.


어쩜, 그렇게... 어른들 말씀 하나 틀린 거 없게..

한배에서 나온 애들이 달라도 그렇게 다른지.,


'서로 얼마나 다른지 경연대회를 열자!'라고 결의라도 한 것 처럼 말이다.




단풍한번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가을의 끝가락을 잡고, 아빠가 있는 여수에서 오랜만에 가족이 단합해 여행을 하고 아이넷과 나는 기차로 서울을 올라오던 길이었다.


기차 좌석을 예매하고 있는 남편을, 곁눈질로 보고 있던 나는 의자가 뒤로 돌아 넷이 마주볼수 있는 자리를 4석을 고르고나서 남은 한자리, 즉 내 자리를 두고 고민하는 그의 낌새를 차리고 이렇게 말했다.


"최대한 멀리로, 아니 아예 다음 칸으로"

"정말?"

"자기네끼리 잘 있을테고 , 무슨 일 있으면 톡으로 얘기하라 하지 뭐.. ㅎㅎㅎ"


농담처럼 이렇게 얘기하고 실제 내 자리는 아이들 앉은 자리에 복도를 건넌 곳이라 나름이 사남매 거리두기가 가능했다. 기뻤다. 아이의 물건이 하나도 침범되지 않은 공간에서 달리는 차장밖 풍경에 실컷 눈맞춤 하고, 그러다 책이 보고 싶으면 유유히 책을 펴고 떠오르는 생각에 따라 메모도 끼적이고..



그러다 문득, 차가 어느 역에 정차했고.

"으엥~~ 으에엥~~ 압빠!" 하는 울음소리에

정신이 현실의 기차로 돌아왔다.



문득,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돌잔치를 하러 미국에서 한국에 혼자 들어와, 시댁이던 부산과 친정이던 서울을 기차를 타고 몇번이고 오르내리던 내 모습이 영상이 되어 눈 앞에 나타났다.


에너지가 넘치고, 허벅다리와 팔이 미쉘린 타이어처럼 퉁퉁하던 딸아이는 한시도, 한 자리에 앉아있기 힘들어 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것을 극도로 예민하게 생각하는 엄마는 그런 아이를 아기띠에 묶고 어르고 달래다가 계속 칭얼대는 통에 객실을 빠져나가 칸과 칸 사이에 그리고 화장실 어디쯤을 끊임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 길로 ..

엄마는 객실의 나의 자리로는 한번도 돌아가지 못하고 자리에 엉덩이 한번 붙여보지 못한채로 서울역까지 왔다. 이제 진정됐나 싶어서 한 발자국 떼면 또 손가락 끝으로 저 쪽 (도대체 어디를 그렇게 가르치는지 지금도 미스테리다. ㅜㅜ)

짧은 소리로 저!! 어!! 그 손끝으로 방향을 안 따라주면 칭얼거리다 결국 점점 크게 울어버리는 반복되는 패턴을 맞춰주다 보니, 장작 3시간이 다 흘러가 버린거다.


게다가

그 때의 나는 홀몸이 아니었다.

지금 11살, 누나만큼 키가 훌쩍 큰 둘째가 배속에 있었고, 6개월차라 제법 배도 불러있을 때였다.



그렇게 결국, 끊어놓은 좌석에 한 번을 못 앉아보고6개월 임산부 아기띠에 담긴 무거운 아이를 안고 3시간을 내리 서성거리던 30대 초반의 내가 기차에 나타났다.





"엄마!!"

나를 부르는 소리에 다시 과거 영상이 사라진 자리

현실 사남매가 나타났다.


지네끼리 학습지 숙제를 했다가, 낄낄거렸다가, 동시에 게임에 접속해서 손가락이 안 보이게 집중하면서도 주위사람들에게 피해 안 가는 정도의 데시벨을 지키는 이제는 정말 엄마가 다른 칸에 가 있어도, 없어도 될만큼 큰 사남매



아.... 참,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생면부지 미국에서 첫 아이를 낳고 둘째를 임신한채로 아이를 혼자 돌보던 시절,

지금은 비록 넷이지만 하나로 골골대던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훨씬 힘겨워 보이고 안쓰러워 보인다.


그날의 나를 만난다면 지금의 이 여유있는 내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말도 해주고 싶다.

약 10년 정도 후에는, 이 아이들을 눈으로만 보면서 그토록 원했던 '가만히 기차에 실려가다가 읽고 싶은 책읽고 떠오르는 단상을 적어둘 수 있는' 때가 온다고... 지난 날의 나에게 그토록 자랑하고 싶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그렇게 한가함을 기다려놓고,, 막상 아이들은 엄마를 1 찾지 않고 마침 챙겨온 에세이 너무 앏아 휘릭  읽고 나니 심심하다는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으엥~~~아빠!!!"

아이고, 아까 정차한 역에서부터 아이가 한참을 우네... ?

기차는 대구역에 도착했다가 다시 출발한 지가 꽤 지난것 같은데, 아까부터 몹시 심하게 우는 아기의 목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린다.


대략 짐작했다. 나이는 돌쯤, 남자아이고, 눈이 동그랗고 크고 입이 크고 다리가 튼실하고, 목청이 큰 아이로군..

나름 육아 배테랑이랍시고 어디를 가면, 목소리만으로 아이를 맞추는 게임 왜 우는지 이유를 찾아내는 게임을 혼자 하곤 하는데, 정답률이 꽤  높다.



그리고, 장면그리기도 상상해본다...

아빠랑 엄마와 함께 있다가 아빠와 헤어져서 기차에 올라야 하는데.. 아빠랑 떨어지기 싫다고 막무가내로 큰 목소리로 울고 있는 상황.


울음 소리는 점점 더 치열하고, 커지니 엄마가 기차 객실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서서 어쩔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기차가 떠나기 전 마지막 울음소리는 마치 강력본드로 아빠와 아이를 붙여놓았다가 누군가 거대한 힘으로 아이를 떼어내듯이 그렇게 비명 비슷한 큰 목소리로 아이는 아빠를 목놓아 불렀는데..


"아이고, 저 엄마 힘들겠네..."



그 아이의 울음소리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덜컥.

우리 객실의 문이 열리고 아이 엄마가 우리앉은 자리를 향해 걸어들어왔다. 빠르게 아이를 스캔했다. 내가 예상한 대로 너무나 귀여운 돌쟁이 남자아이였다. 바로 우리가 앉은 뒷뒷 자리에 아이엄마가 자리를 잡았다.



앉기가 무섭게 아이 엄마의 동공이 빠르게 움직이고, 손이 바쁘다.

입에다 급하게 간식을 집어넣고, 패드를 틀어 영상을 눈앞에 들이민다. 엄마가 넣어준 간식을 한 입 물다 말고 '아빠..아빠? 아빠!!' 아빠아~~~" 아.빠. 라는 두 단어로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하는 아이 울음소리는 내 귀에는 귀엽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음일테고 엄마는 이 소리를 최대한 틀어 막기에 정신이 없는 중이다.


엄마의 애씀과 상관없이 아이는 계속 ..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르키며 아쁘아~~~ 아쁘아!!를 외친다. 아이를 위해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기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들었던 터다.  

아이의 주위를 환기 시키기 위해 나에게 어떤 물건이 있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된 것, 애들 필통 안에 올라프 그림이 그려져 있고, 작고 앙증맞은 오르골이 매달려 있는 펜이 보인다. 오르골에 움직이는 물체와 이 반짝임이 아기의 주의를 잠깐 끌어줄 수 있지 않을까,?


아기가 이것을

자기 손에 쥐기를 원하면 쥐어 줘야지!! 암, 기꺼이!!


하지만 섣불리 아이에게 접근했다가 아이 엄마가 더 불편해 하거나, 낯을 가리는 아이가 더 울어버릴 수도 있어서.. 나서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엄마의 태도를 사남매가 봤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엄마의 이 어정쩡한 상황을 본 넷의 반응이 모두 각양각색이다.


나를 가장 많이 닮은 8살 딸 막내는

급하게 자기 폰 뒤에 있는 포켓몬 스티커를 손틉끝으로 급하게 떼어낸다.

"왜, 뜯어? "

말 없이 하던 일을 계속 한다.

"저, 아기 주려구?"

내 질문에 고개만 끄덕인채로 계속 긴급한 손톱질을 한다.


아이가 울자마자,, 뭐 줄게 없을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한거다.

막내는 잠깐 고민하다가,

오빠들이 손 대는 흉내만 내도 꺅꺅 소리를 지르며 목숨처럼 지키던 자신의 가장 소중한 물건,

포켓몬 빵을 100개 먹어도 그 구하기 어렵다는 포켓몬 띠부실 스티커를 아이에게 주려고 마음 먹은 거 같다.


지 눈에 최고의 물건이니 아이도 이걸 받으면 울음을 뚝! 그칠 거라는 8살 다운 상상에  몸과 마음이 훅 달아오른것 같다. ...ㅋㅋ 손에 오르골 펜을 들고 뭐, 더 없나 두리번 거리고 있는 나와 스티커 뜯기 작업을 하는 막내가 겹쳐보여 피식~ 웃음이 나온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둘째는 그틈에 내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엄마는 참 대단해요. 저 아이 하나 데리고 가는데도 저렇게 힘든데 엄마는 그 긴 시간동안 혼자 우리 넷을 어떻게 데리고 다니신거예요? "


저 아이가 우는 건 우는 거고, 이 틈에 자기 스토리가 중요한 자기애가 강한 둘째답다. 그리고 엄마쟁이인 큰아들에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겪었을 지난 어려움, 그리고 지금 그 때를 떠올리니 들어온 애잔한 마음을  엄마에게 전달하는데 우선순위를 둔,

우리집 최고 스윗보이다운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10살 팩폭전문가 셋째의 반응은?

문제집을 풀다가.. 혼자말로 말하는 걸 나는 들었다.

'아, 시끄러워...'

그러다가 흘낏 우는 아이를 한번 돌아보더니..

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 귀엽네...'

이게 그 상황에 대한 마지막 반응이었고,, 자기 할 일을 마치고 다음 할 일을 묵묵히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셋째가 이 정도로 말하는 거면 아이는 정말 귀엽게 잘 생겼던거다. 셋째는 아닌건 아닌거라고 말하는 스타일. 아이가 안 귀여우면 "어..얜, 그냥 아기네.."라고 말하는 타입이다.


내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서 울고 있어도 우는 내 곁에 와서 같이 붙어 우는 2번 4번을 한심하다는 듯이 보면서 지나가는 아이다.


그리고 그 상황이 지난 후 그때 왜 그랬냐고 물으면

"그건, 엄마가 명백히 잘못한 일이고, 운다고 해서 그일이 달라지지 않잖아요"라고 말하는.. 냉혈인...

내 기준에선.... 참 논리적인만큼 냉정하지만,

그런만큼 객관적인 피드백이 필요할 땐 그누구도 아닌 이 아이를 찾아 묻게 된다.



아, 참.. 이 때 12년전에 나를 기차에 한번도 못 앉게 했던  우리 첫째 딸은 어땠냐고?


내가 기차 좌석 사이사이로 자꾸 얼굴내밀고 아이에게 우르르 ~~까꿍!! 을 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팔꿈치로 야무지게 나를 밀어가면서 말리는데

사활을 걸었다.


"아 엄마.!! 쫌..."

이를 꽉 물고 "으엄마...하지마시라니깐요"


아이가 울건말건 자신의 엄마가 남의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막는것이 급선무인 그녀는 12년전 나를 그토록 기차에서 트래이닝 시켰던 아기이자, 전형적인 12살 사춘기 소녀다.





서울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 얘기를 남편에게 전화로 미주알 고주알 하느라 객실과 객실 사이의 공간에 한참을 나갔다가 왔다. 전과 다른 이유로 나와있는 그 공간은 그와 꽉 채워진 수다로 연애하듯, 재미있었다.

13년차 부부지만, 늘 전화통에 매달려 모든 일을 소상히 다 나누고 마는 우리 부부는 참 한결같다.


그는 너무 재밌는 얘기라며 글로 쓰면 좋겠다고 했고, 나는 우리끼리니까 재밌지 뭐.. 이런거 자주 쓰면 욕먹어. 하면서 웃고 말았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를 쓰라고 마련된 공간에 왜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쓰고 싶은 말을 그냥 두어야 하는지, 나 혼자 나를 가둔 이유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어제부터 문득 해본다.


이 세상이 이제 60억인구에서 80억인구가 되었다는 뉴스를 오늘 아침 신문에서 봤다.

우리나라만 출산절벽이지, 세계 곳곳에서는 부지런히도 생명을 탄생시키고 있는 중인가보다.

그래 80억분의 1. 그게 나의 당당한 "지구지분"이다.


그런 내가 살아가는 주된 삶이 사남매를 키우는 삶이고, 이 연연연생 사남매는 분명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삶의 소재이다.


죽어, 그저 없던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은 업적을 남기려, 재산을 남기려, 명예를 남기려 저마다 고군분투 애쓰지 않는가.


특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사후의 내가 남길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런 나에게, 사남매와의 일상에서의 작은 에피소드들 깨알같이 남겨두는 것이

내가 내 손으로 내 인생에 줄 수 있는 최고 인생선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두운 가을을 지나면서, 남과의 약속말고 내 자신과의 약속을 하나 걸고 싶었다.


대단한 약속은 아니다. 하지만 지키면 대단해 질 수 있는 결언, 바로


"그 어떤 목적도 없이,, 순수하게 쓰는 그 자체의 기쁨인 글을 매일 쓰자"


그 약속 발촉 이틀 차, 바로 글감이 고민되던 중에

아이들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써보기로 한다.


생각나는 대로, 살아지는 대로,


사실, 부모의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성향을 모두 닮아 4명이 다 에너지가 차고 넘친다. 그래서 좁은 우리 집은 늘 고성방가에 시끄럽고, 쿵쿵거리고, 싸움도 많고, 웃음도 눈물도, 훈육도 사건사고도  많은 집이다. 그런 아이들을 혼자 맞써 싸워(?)보겠다고 의지를 다진지 이틀만에 오늘 아침 그 결의, 바로 폴더로 팍 접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끊임없이 왕왕대는 저마다 모두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외치는 엄마를 부르는 소리...

한 사람당 30번씩만 불러도 듣는 것만 120번인데..

엄마 부르는 횟수를 번호표를 뽑아서 제한해 볼까, 카운트를 해볼까, 어떨 때는 엄마소리에 토가 나올것 같아 밥도 안 들어가는데..


이 짓을 왜 혼자 한다고 했지?

남편이 있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 이 전장을 피해 다른 사회라는 전장에서 돈이라도 벌수 있도록 떼어 놓은 것인데..


그 생각 끝엔, 결국 이런 생각이 늘 드는 거다.


그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넌.!!

"왜, 어쩌자고 이렇게 많이 낳았니?"

그래..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하지만 이 터질것 같은 마음을 글로 남겨둘 순 있잖아?


솔직히 가끔은, 가슴 저미게 뿌듯도하다.

그래, 그래도 이만큼 잘 한일이 없지.

그러다가도..

내 삶이 없을때처럼 느껴지면 이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고 끝이 없다는 사실이 지독하게 암담해져 어디론가 훅, 소리소문없이 날아가 버리고 싶기도 하다.


뿌듯함과 암담함의 비율은 위태하게 절반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

이 모든 것을 느끼는 감정의 합이 다 나인거겠지?

그런 나를 있는 대로 사랑해 주는 방법으로, 그저

써보기로 한 것이다.


쓰다보니 또 길어졌다.

분량에 제한을 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길게 쓰는 습관도 매일 쓰다가 소재가 좀 떨어지면 둔화되려나.


다행히

쓰다보면, 아침에 널뛰었던 부정적인 마음들이 조금은 가라앉음을 느낀다.


쓰기가 주는 최고의 장점이고, 나는 이걸 내 삶에 잘 활용하는거다~


오늘도 사남매 엄마, 화이팅해보자!!

타 놓은 커피는 다 식었지만

혼자 있을 시간이 아직은 몇 시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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