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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Nov 18. 2022

육아가 출판계의 경력이라고요?

10주간의 출간 프로젝트를 마치고.


평범하게만도 살기 힘든 세상이다.

이런 세상속에 하루하루를 쌓아가며 살아내야만 하는 현대에는 아픈 사람들이 많다. 이 아픈 이들과 잘 사는 사람들의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한 끗 차이다.


힘든 사람들은 아래를 보고

잘 사는 사람은 하늘을 본다고 한다.


힘든 사람은 하늘을 몰라서도, 아래를 보고 싶어서 보는게 아니라, 등이 휠것 같은 삶의 무게가 머리에 실려 고개가 절로 고꾸라진거다..


사실,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잘 될꺼야!' '힘내, 화이팅!" '원래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야" 이런 위로따윈 탁상공론일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단 한사람, 내 마음의 깊은 심연을 알아채 그곳에서 가만히 함께 머물렀다가 준비가 되면 천천히 수면 밖으로 데리고 나와줄 한 사람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에게 이런 단 한 사람이 되고자 상담 공부를 오래 해 온 네분이 모여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편집장의 인연으로 10주간의 출간 프로젝트로 만나게 된 4인의 공저 슈퍼비전 전문 상담사들과의 집필 과정은 내가 했던 어떤 일보다 가장 강도가 쎘다.


출판사의 옷을 입고, 마땅히 좋은 레퍼런스가 될 일이니 이 프로젝트에 맞는 옷을 내 몸에 맞추려 애썼다.  



사실 첫 미팅 때부터, 아니 공저 작업을 시작하기 전 과정부터 옷에 팔 한쪽을 끼우다 말고,

아, 아직 다 입지 않았을때, 지금이라도 이걸 벗어야 하나.. ??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그렇지만, 난 ' 망설여 지면, 해보고 후회하자' 주의라 그 옷을 꾸역꾸역 입었고.

어렵게 시간을 맞추어 킥오프 미팅을 하러 지방에서 올라오시고 그렇게 시작부터 어려웠던 여정은 가을이 되기 전에 시작되어 겨울 초입까지

어쨌든 그 과정을 다 해냈다.


10주간 매주 새벽 6시에 만나 기획회의를 하고, 목차를 짜고, 목차를 영역에 맞춰 나누되 겹치지 않게 MECE과정을 거쳐, 원고를 쓰게 하고, 마감시간을 푸시해 숙제를 안 해온 다큰 어른들을 압박하고.


그렇게 한 주, 한 주 쌓아 우리는 출간준비 완성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대학과 기업에 강의를 하시는 굴지의 상담사

대학에서 교수를 하시는 슈퍼비전 상담사

상담사의 플랫폼을 만들어 저변을 확장하고자 하는 사업가 상담사

그리고 현재 상담학에 박사 과정 논문을 쓰고 계신 박사 상담사


사회적인 입지와 명망과 상관없이 그들은 원고쓰기라는 글 숙제로부터 한없이 도망쳤고, 작아졌다.

어쩌다 한 주 숙제를 유예시켜 드린 일이 있었는데, 그렇게 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하실 수가 없다.


정말, 글이라는 것은..

빠지면 끝없는 마력이지만 빠지기 직전까지, 빠져야만 하는 마감까지는 지독하게도 그 안으로 들어가기 고통스러운 과정임은 누구에게도 열외가 없나보다.



이 밖에도 다른 복합적인 이유로 이 네 예비저자의 조합은 출간 준비의 과정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는데, 그 이유를 가만히 정리해 보니 너무 생각이 깊고 많은 사람들의 조합이였다는 것이 이유중에 일등공신인 듯 하다.


원래 백지 위에 그림그리기가 가장 쉽지,

빼곡하게 무엇인가가 그려져 있는 종이에는 그 어떤 그림도 그리기가 어렵듯이..


지우고 지워도 남은 흔적, 그리고 새로 그릴 그림에 대한 각자의 강력한 생각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이 그룹은 각자의 업력으로 쌓은 에너지가 대단한 만큼, 이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출간으로 이끌어줄 적임자를 찾지 못해 책을 쓰자는 결의로 모임이 결성된 후 약 1년간 표류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나와 인연이 되었고,

잘 진행이 되지 않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듯

나라고 뾰족하게 방법이 있을리는 없었다.


그냥, 죄송하지만 마침 4명의 저자이기도 하겠다.

나의 아이들에게 하듯 그렇게 리드하고, 궁디팡팡해드리고, 얼레고 달래고, 때론 채찍을 들었다.


그런데 '나를 어린아이 취급하냐?'라는 반응대신

'편집장님 아니었으면 우리 이만큼 출간 준비를 못 했을것이다'

'오랜만에 학생으로 돌아가 매주 숙제하듯 글을 쓰니 글쓰기가 이제야 몸에 붙은 것 같다'

"더 이상 인생에 챌린지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의미있는 도전을 완성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라는 평을 오늘 마무리 오프 미팅에서 듣게 됐다.



나는 좋다. 칭찬을 받아서도 좋지만, 그건 진짜 좋은 이유에 비하면 살짝 약하다.

내가 진짜 뿌듯한 이유는 따로있다.

사람들은 쉽게 '육아도 경력입니다' 라고 말하는 데 그 연관관계를 현실적으로 찾기 힘든 사회생활에서 나만의 고리를 찾아낸 것 같아 뿌듯하다.


나의 사남매 육아가, 출간을 준비하는 팀을 이끌 인사이트와 리더십의 근간이 되다니..



이래서, 출간은 출산과 닮았다고 하는 건가?


여튼, 억지스럽게 입은 옷을 벗는 과정에서 나름은 너무 힘들어 옷 벗다가 피부도 벗겨질뻔 했지만.

ㅋㅋ


막상 벗고나니, 또 하나의 자신감이 쌓였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육아력도 더 쌓이면, 경력도 더 쌓일꺼린 생각이 드니 이 어렵고 힘든 아이키우는 일에 의미가 더해져서 괜시리 마음이 꽉 차게 뿌듯하다.



날씨도 쌀쌀해 졌겠다... 오늘 개인 숙제인 글한편 발행하기도 완성했겠다. 선택적 주말부부를 한 첫  주 열심히 잘 살아냈겠다!



목욕탕이라면 죽고 못하는 엄마를 꼭 닮은 막내, 지금 곁에서 맴맴 돌며 엄마의 타이핑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뜨끈한 공중 목욕탕 가서 막내랑 꽁냥꽁냥

 놀아야징 ^^



참으로 행복한 금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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