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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Aug 12. 2021

호락호락한 슬럼프

엣다~ 좋은 출판사에서 준비해준 첫 출간이다!!

아. 이런적은 처음이다.

온라인상에서 나를 알고 있는 글벗님들에게 통용되는 나의 별명은 '스텔라 교도관'이다.

황홀한 새벽 글감옥, 새벽에 일어나면 띵동이라는 알람음 글을 쓰라는 주제가 담긴 채찍질로 하루를 여시는 분들. 이들을 시간안에 글을 쓰도록 종용하며 잘 하고 있는 글벗님들에게는 당근을 아쉬운 행보를 보이는 분들에게는 가차없는 채찍을 또 때론 맥락없이 수갑도 활용하는 일명 '출구없는 글쓰기 전략'은 우리 모임의 그리고 나의 시그니처였다.


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시간을 위해, 나의 존재감을 버텨내기 위해 현실적으로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오로지 새벽' 뿐이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새벽에 우주속에 나 홀로 독야청정하기란 참 어려웠다. 돈 되는 일도 아니고, 누구도 한다고 칭찬 못한다고 꾸중을 하지 않기에 더 유지하기란 힘든 과업이었다.  하루 이틀은 겨우 되는데 일주일 한달 몇 개월을 이렇게 유지하기란  '누구나 어려운거래' 속에 쏙쏙 숨고 싶어 퐁당퐁당 새벽기상을 하다말다 무한반복하던 시절, 그 미치기 일보직전인 마음을 꺼내 100일을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 정신으로 다짐했고 마침내 이것을 지켜냈다.  

해 놓고 나서 보니 깔딱깔딱 할 때와는 다른 어떤 묵직한 내공이 내 안에 담겨 있음을 느꼈고 그로 인해 지금의 스텔라라는 브랜딩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러다가 '글을 계속 즐겁게 쓸 수 있는 새벽모임,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되는 이 포인트를 해결해주는 모임을 내가 그냥 만들면 어떨까?" 라고 생각해본거다.


그 에너지는 다행히 적재적소에 필요한 글벗들에게 가 닿아 우리는 새벽을 함께 했다. 다만 책임지지 못할 선언을 하지 않는 나름 완벽주의의 나는 2주간의 프로그램만 계속 공지를 했다. 모였다 흩어지고 함께 쓰다가 이제 좀 쓸 습관이 들만하면 방학이라는 나무 뒤에 숨었다가 다시 개학하면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10기수쯤 반복되었을 때, 11기를 열어야 하나. 그런데 뭔가 걸림이 있는데 이게 뭐지? 하고  내 안에 소리에 귀를 기울여 들어보았다.


그랬더니 영혼의 스텔라가 이런다.

"지금 이대로는 안돼. 긴 호흡을 니 안에 심어야 할 때야. 피해가면 진짜 성장은 없어" 흥, 뭔소리래, 나 지금도 잘하고 있거든~ 그리고 누구보고 대신 하라그래봐. 이 상황에서 나보다 잘 할 순 없다구~  외면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모집공지를 냈다. 마음과의 실랑이 끝은 항상 육신의 목소리보다 영혼의 목소리가 승리한다. 아름다운 승리다. 시작이 실행이 어려워서 그렇지.. 그렇게 "100일간의 새벽글쓰기"라는 타이틀을 걸고 함께 하겠노라 용기를 내신 글벗님들과 7월 첫달을 무사히 "올출 신화"를 쓰면서 이어가던 중.


쿵. 내 안에 어떤 것이 심하게 흔들렸다.

딱 이거다!! 라고 설명할 수 있는 사건도 없는데 그냥 사는게 마냥 귀찮고, 문득 그 어떤 것에도 의미가 없고 글은 써서 뭐하나. 아득바득 운동은 해서 뭐할껀데? 어짜피 다 한줌의 흙이 될 허무한 인생인데....

이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빠져나와보려고 했다. 그런데 무엇을 해도 잘 안먹힌다. 그 좋아하는 사남매와의 꽁냥타임도 남편과의 커피타임도 혼자 조용히 책읽는 시간을 준대도 그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뭐지? 다시 원가족의 상처? 또 이거야?  아. 지겨워...   그냥 꺼지고 싶다.


그래서 깨어있는 시간, 가능한 모든 시간에 '여름 잠'을 잤다. 자다가 죽어버리겠다고 각오한 사람처럼 지독히도 침대에 붙어있기를 이틀 삼일차, 오늘 처음으로 새벽글쓰기를 1년만에 드디어 실패하고 말았다.

아. 나는 리더인데.... 교도관인데...   한번 무너지면 끝도 없을 나인데....어쩔려구...


알고 있었지만 고집스럽게 그냥 눈을 감았다. 우리 글의새 채팅창에는 '스텔라는 결국 교도관이 아니라 민간인이었다' 며 위로와 놀림이 오가는 말들로 들어찼지만 그냥 세상으로 통하는 버튼을 꺼버리듯 그렇게 잠시 꺼지고 싶었나보다.


그래도 나는 나를 안다. 이렇게 계속 있다보면 내 주위에 피해자를 속출시킨다. 그래서 '하기로 한 것을 해내는 책임감'에 나를 던지려 몸을 일으켜 10분만에 글벗살롱 작업실로 갔다. 호락호락 1시간만 수다떨고 다시 꺼지고 싶으면 그렇게 할 작정이었다. 목요일 11시 어느덧 3주차를 맞아 내 일상에 조용히 닻을 내리려 하는 '호락호락한 육아토크'에 스피커로 내 하고 싶은 말을 몇 마디 했을 뿐이다.  그런데 나만 느낀 놀라움이 있다. 나의 상태와 상관없이 평소에 내가 생각했던 말들을 술술 해내는 나. 누가 들어도 슬럼프의 시달리고 있는 사람같지는 않겠다. 어라? 제법 괜찮았다. 전에는 육아의 찌듦이, 나의 개인적인 애환이 항상 말속에 붙어있어 그 표현밖에 못하는 나를 자책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어느덧 끊겨 있었던 거다.


나의 영혼의 친구들이 항상 주둔하고 있는 그 곳의 창을 열었다. 다행히, 교도관이 아닌 민간인의 스텔라를 보며 환호하는 눈치다. 내일 글쓰지 말고 줌열어 수다나 떨자고 그리고 8월엔 2주에 한번씩 쉬어가자고, 다들 힘든 시기인데 "우리의 대의"를 잊지 말자고 다시 어리광에 그럴듯한 이유를 씌웠고 언제나처럼 나의 사람처럼 끄덕끄덕 해주신다. 창을 닫으며 드디어 잃었던 미소가 가볍게 지어진다.




내가 생활이 망가져 있어도 내가 애써 공부해온 육아관이나 개똥철학은 기록으로 남겨져, 나의 영에 새겨져 누군가에게 말로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런 나를 있는 그대로 그러내도 다 이해해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집단, 그 사이에 내가 균형감각있게 서 있다는 사실이 "세상살이에 이유모를 심연의 슬픔"을 달래줄 근거로 삼아졌다. 남편과 호락호락토크를 마치고 아이들 점심을 준비하러 나서면서 속으로 "아, 이제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나올때까지는 그 무엇도 실감하지 못할 "첫 책"의 "출간임박"소식에 활기가 얹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의 인별그램 피드에 달린 댓글에 눈이 휘동그레졌다. 임태주시인이 행성B의 대표라니!! 그가 나에게 "좋은 원고주어서 고맙다"는 댓글을 달아주었다니!! 심지어는 글을 잘 쓴다고 해주다니!!

행성 B. 우주가 숨겨놓은 또 다른 대안이 책이기를 바란다 이외에도 B라는 알파벳 하나에 그가 꼭꼭 눌러담아 놓은 그 많은 알곡같은 삶의 의미를 인터뷰 기사인가? 를 통해 한번 살펴본 적은 있다. 그런데 그가 '어머니의 편지'의 그 시인일줄이야!! 삶의 무늬와 결은 다르지만 작가적인 삶과 출판사업자로의 삶의 태도는 같다라는 그의 말, 책바치로 이 생을 살고 있는 그에게 나의 첫 원고가 가 닿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짜릿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가만히 힘을 낸다. 요란하지 않게 언제 그랬냐는듯 슬며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생명수가 되어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산고인가보다...." "아이 낳기 직전에 힘들어 하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책 나오려고 그랬나봐"


뒤늦게 '관계의 물리학'이라는 스치듯 지나버린 책을 로켓배송으로 주문하고 그의 책을 다 읽어보리라 다짐하면서 브런치 구독부터 클릭했다. 내 일상은 변한게 없지만 뭔가 천군마마를 얻은 것처럼 문득 든든하다. 이게 림태주 시인이, 대표님이 말한 '우주가 숨겨놓은 대안' 인가보다.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분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그토록 힘들었던 첫 책을 낼 수 있다니, 우주는 나를 지켜주고 있었던게 맞나보다. 잘 견뎌준 나에게 오늘은 좋은 선물이 온 날이다. "너무 기뻐하면 이 기쁨이 반색될까봐" 두려워 최소한으로 기뻐하고 내숭을 떨던 지난날의 나를 벗어나보기로 한다.

오늘 그 작은 파티에 작은 소중한 인연이 함께 하기로 했다. 나의 감금능력과 능수능란한 대화의 스킬로 그녀를 집에 가지 않고 잡아두는 것, 나의 미션이다. 나의 생명수가 와인과 침낭으로 그 준비를 조용히 함께 돕고 있다.


오늘 나를 다시 일어나게 도와준 장치 '호락호락한 육아 이야기'에서는 아빠육아가 화두였는데.

첫화부터 애청자인 남편이 말하길 "희안하게 재밌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당장 대전에는 가고 싶은 마음이 드네...." 한다. 아빠와 엄마가 모두 '육아'라는 공동주제로 자신의 경험치를 나눌 수 있는 곳.

이런 곳이 한 가정의 엄마를 살리고 그 엄마에게 달려있는 많은 소중한 아이들을 살린다는 명제가 오늘 내 이야기, 우리 부부의 대화가 되었다.


아빠와 엄마이기 이전에 부부로서 서로를 완벽한 존재로 받아들여주고 이해해준다면, 육아가 그렇게 '전쟁의 핵'만은 아닐 수 있다. 우리 모임의 이름처럼 '호락호락' 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수혜자가 되어 여실히 느낀날. 작은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대단하다 칭찬을 아끼지 않아준 내 남편 그리고 아이들, 글벗들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 다시 스믈스믈 올라오는거 보니 슬럼프가 가나보다.

이 슬럼프는 무심한 듯 선물을 하나 툭~ 하나 던져주었다.  "좋은 출판사에서 인생 첫 책 출간" 그리고 "가족명상의 시간" 오늘 밤이 부모들과의 또 다른 수다타임 놀이시간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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