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채팅 공동육아

by 시은


오픈채팅방에 들어간 건 우연이었다. 그날따라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의 시간이 지루했고,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과의 대화는 툭툭 끊겼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검색해 본 오픈채팅방. 마침 비슷한 개월수아이들이 모인방을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둔산동 살아요", "저희 애 4개월인데 낮잠을 안 자요ㅠㅠ", "이유식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처음엔 그저 구경만 했다. 말을 꺼내기가 어색했다. 채팅방 분위기를 파악하고,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지켜봤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짧게 인사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저도 4개월 아기 키우고 있어요." 몇 초 지나지 않아 환영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그제야 알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나처럼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라는 것을.

오픈채팅방이라는 공간이 묘했다. 서로 얼굴도 모르고, 본명도 모른 채 대화를 나눴다. 누구는 "쑥쑥맘", 누구는 "튼튼맘"처럼 닉네임으로만 존재했다. 하지만 그 익명성이 오히려 편안함을 만들었다. 평소라면 차마 꺼내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다.

"애가 밤에 한 시간마다 깨요", "남편이 육아에 무관심해서 힘들어요", "완모인데 젖양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누군가 고민을 올리면, 금세 공감과 조언이 달렸다. 전문가의 답변은 아니었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의 말은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됐다.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말 제각각이었다. 첫째를 키우는 사람도 있었고, 둘째를 키우는 사람도 있었다. 전업주부도 있었고, 육아휴직 중인 직장인도 있었다. 나이도, 사는 곳도, 상황도 달랐지만, "대전에서 비슷한 개월수 아기를 키운다"는 것 하나로 우리는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백화점에서 처음 만났다. 오픈채팅방에서만 보던 닉네임이 실제 사람이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이미 서로의 고민을 알고 있었고, 아이의 성향도 대충 들어서 알고 있었다.


"혹시..예온맘?"


뒤늦게 도착한 나를 반겨주었다. 카페에 앉아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아기띠에 매고 이야기를 나눴다. 채팅방에서는 미처 하지 못했던, 길고 느린 대화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웃고, 아이들이 보채면 함께 달래고, 그렇게 오후가 지나갔다. "다음에 또 만나요" 하고 헤어질 때, 채팅방으로 돌아가면 또 그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오픈채팅방은 매일 울렸다. 새벽에도, 한낮에도, 밤늦게도 누군가는 깨어 있었다. 아이를 재우다가, 수유를 하다가, 혹은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들었다가. 그 시간에도 나처럼 깨어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외롭지 않게 만들었다.

"저만 이런가요?"로 시작하는 질문들에, "저도요!", "완전 공감이요" 같은 답변이 빠르게 올라왔다. 아이가 이유식을 거부하는 것도, 낮잠 시간이 들쭉날쭉한 것도, 내가 지쳐가는 것도,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채팅방을 보고 있으면, 대전 어딘가에서 나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이 바뀌고, 아이들도 조금씩 자랐다. 채팅방에 올라오는 이야기도 달라졌다. 이유식 시작, 뒤집기 성공, 이앓이...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누군가 아이의 성장을 자랑하면, 다른 엄마들이 함께 기뻐했다. 내 아이가 아닌데도, 신기하게 마음이 뿌듯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나의 세계가 좁아진 것 같았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대전 곳곳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유성구 어딘가에서, 서구 어딘가에서, 누군가도 지금 아이를 재우고 있을 것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조금 덜 외로웠다.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인연이 평생 갈지는 모르겠다. 아이가 자라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도 있다. 다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채팅방이 내게 힘이 된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 필요하면 언제든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엄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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